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네

by 즐란


가을 호박이

넝쿨째 아슬아슬하다

여름에는 덩치 큰 잎만 무성하더니

10월에 접어들어

조막막한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려

크기도 전에 서리를 맞아버린다

한 놈 쓱~ 따와서

반으로 쭉~ 자르니

금방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선

진득하게 손에 쩍쩍 달라붙는다

이를 어째

못본 척 배꼽 시계를 따라

착착 착착 채 썰어 볶아

계란프라이와 고추장

참기름 한 숟갈 듬뿍 넣어서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양푼이 시골비빔밥에

숟가락 두 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뜀박질 하더니

어느새 빈 그릇엔

늦가을 반나절이 배시시 웃으며

들어앉았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