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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Dec 27. 2023

고기는 못 참지!   


며칠 동안 엄마는

배추를 나르고 무를 나르고

쪼개서 하얀 소금을

퐉퐉 뿌려놓더니

수돗가에 축 늘어진 배추가

내 키만큼 쌓였다

오늘은

왁자지껄 시끌시끌

분칠한 아지매들이

알록달록 앞치마에

빨간 고무장갑으로 으쌰 으쌰하더니

 쌓아 올려놨던 배추더미를

허물기 시작했다

나는...

털 날린다고

얌전하게 마당 한구석에 묶이는 신세다

그래도

큰 솥에서 김이 폴폴 나는

고소한 고기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솥뚜껑이 열리고 내 고기가

아지매들의 손에서 쓱쓱 썰리더니

이내 벌건 배추이파리와 함께

아구아구 먹어대기 시작한다

아! 저건 내 건데

시무룩해진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무거운 김치통 몇 개씩 들고

부릉부릉 왔던 차들이 돌아간 뒤

엄마는 남은 고기를 내게 내민다

 나는 화났는데

토라져야 하는데

 환장할 냄새에 통제되지 않는 꼬리가

얄밉기만 하다

엄마도 내 맘을 아는지

어서 먹어라고 쓰다듬어준다

넵!

와구 와구 호로록 쩝쩝쩝

엄마 진짜 맛있어요

아구구~ 허리야 끙끙 대는 우리 엄마

나는 고기 맛에 빠져 못 들은 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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