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엄마는
배추를 나르고 무를 나르고
쪼개서 하얀 소금을
퐉퐉 뿌려놓더니
수돗가에 축 늘어진 배추가
내 키만큼 쌓였다
오늘은
왁자지껄 시끌시끌
분칠한 아지매들이
알록달록 앞치마에
빨간 고무장갑으로 으쌰 으쌰하더니
쌓아 올려놨던 배추더미를
허물기 시작했다
나는...
털 날린다고
얌전하게 마당 한구석에 묶이는 신세다
그래도
큰 솥에서 김이 폴폴 나는
고소한 고기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솥뚜껑이 열리고 내 고기가
아지매들의 손에서 쓱쓱 썰리더니
이내 벌건 배추이파리와 함께
아구아구 먹어대기 시작한다
아! 저건 내 건데
시무룩해진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무거운 김치통 몇 개씩 들고
부릉부릉 왔던 차들이 돌아간 뒤
엄마는 남은 고기를 내게 내민다
나는 화났는데
토라져야 하는데
환장할 냄새에 통제되지 않는 꼬리가
얄밉기만 하다
엄마도 내 맘을 아는지
어서 먹어라고 쓰다듬어준다
넵!
와구 와구 호로록 쩝쩝쩝
엄마 진짜 맛있어요
아구구~ 허리야 끙끙 대는 우리 엄마
나는 고기 맛에 빠져 못 들은 척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