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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Dec 16. 2023

무 너 이리 오너라!  


오늘은 못생긴 무

너가 당첨됐다

미끈한 내 다리가

그래도 더 낫긴 하다

너를 목욕재계시키고

앞으로 나란히 동그랗게 편 썰어

김이 솟는 찜솥에 5분만 쪘어

뻣뻣하고 매운 너는

이 세상 하직하고

부드러운 성정만 남았구나

부침가루 옷을 예쁘게 입고

올리브유로 치장하여

여름날 정오 더위만큼

지글지글 구워댄다

오호라!

이맛이라

너는 새로 태어나

오늘 밥상의

일등공신이 되었구나

잠깐만!

맛간장에 파송송이

무 전 님께

까치발로 문안 인사 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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