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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Feb 24. 2024

도깨비풀


흰둥이 노랑이가

새카만 도둑놈풀을 덮어쓰고 왔다

아이고 저 녀석들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분명 퇴비장 너머 잡풀더미에서

쥐잡느라 분주했나 보다

그러게 이 사달이 나기 전에

풀좀 깎아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건만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저걸 어떡하나

빗질로는 뗄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혹여나 피부에 박혀서 부스럼이

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떼줘야 되는데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붙어서

씨앗을 퍼뜨리는 도둑놈풀

영리하기도 하다

진짜 이름은

도깨비풀 또는 도깨비바늘이라고 한다

제 몸에 붙은 가시털이 뭔지도 모른 채

여전히 까맣게 말간 눈으로 쳐다보며

꼬리펠러만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네놈들

가자 가보자

도깨비풀인지

그네들의 삶인지

살아야 할 곳으로 보내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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