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한 땅에 퇴비를 주고 땅을 뒤집으니
꼬물꼬물 굼벵이가 호미 끝에 걸려 나온다
너는 집주소가 어디니
나도 모르는 사이 세 들어 살았구나
내키진 않지만 이제 좀 비워줄래?
딱새가 어느 사이 날아와서
톡 하고 물어가 버린다
이런! 미안하다 해야 하나
잘 먹어라 해야 하나
어느 편도 들 수가 없어 곤란해진다
보드라운 흙덩이 속에
씨감자 한쪽을 던져 넣고
톡톡 두드려주며
주먹만 한 뽀얀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리기를 주문한다
나는 내 감자가 중요하다
꽃샘추위에도 얼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이 되니
자연을 빌려 일용할 양식을 얻고
땅을 챙겨서 희망의 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