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이라 차를 가지고 내려가다가
마을버스 정류소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 두 분을 보곤
"장에 가실 거면 타세요" 하고 봤더니
아랫집 할머니다
지난 가을에 할아버지를 여의셨다
조의금을 들고 찾아간 날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면서도
반갑게 맞이하던 주름진 손
그 다음 날 고맙다며 귤 한 상자를 들고
인사를 하러 들리셨었다
여동생을 불러 같이 사신 다더니
두 할머니는 버스 기다리다가
승용차를 얻어 타게 생겼다며
횡재했다고 좋아라 하신다
그 얼굴엔 할아버지를 사별한 슬픔 따윈
보이지 않으니 조심스러웠던 내가
오히려 무안해졌다
병간호 내내 힘들었다는 얘기를
간간이 입 밖으로 내시면서도 마냥
홀가분해 보이시는 얼굴로
같이 늙어가는 나를 새댁이라 불러대어
곤란하게 만든다
남의 집 가정사야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병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밖으로만 보이는 관계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고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인지라
내게는 이른 아침 해가 뜸과 동시에
밭을 갈고 흰 물방울이 포물선을 그리며
무지갯빛을 만들어 물을 주시던
행복한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다
버스정류소에 앉은 두 할머니의
되직한 삶을 내려놓은
훌훌한 웃음소리 위로
할아버지의 아침해가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