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골목길에
밤새 추위를 태운
새하얀 백발의 연탄들이
일그러져 쌓여있다
본래 새카맣게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9공탄에서
1 9공탄으로
다시 22공 탄이 되어
기름보일러에 밀리고
가스보일러에 천대받으면서도
도시의 산꼭대기 꼬부랑 골목집에
밤새 온기를 나눠줬다
달고나 국자의 달달한
추억들이 호호 언 손으로
휘휘 돌아 나와
혀끝에서 사르르륵 녹아버리는
그리움이 되었고
엄마가 구워주던 꼬치고추전이
뽈락뽈락 튀어나오게 하던 너는
시간의 마술사가 틀림없어
눈 온 뒤 빙판길에
형체도 없이 부서져
미끄럼방지판이 되어주니
또 한 번 너의 죽음이 서러울까
찬 겨울이 심통 부리며 네 어깨를 빌려달랄 때
22개의 숨찬 뜨거움으로
이 악물며 희생하니
62년째 인생살이는 백발의 인내를
따라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