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슬포슬한 감자가 퐈~~하고 터져 나온다.

by 즐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감자 수확을 해야 한다. 누렇게 넘어진 잎들을 잘라내고 나니 감자가 포기마다 새색시 치마폭마냥 소복하게 잘 들어앉아 있다.

땅에 살충제를 치지 않고 심었더니 감자마다 굼벵이의 상처도 제법 보이지만 시장에 내다 팔 것도 아니고 식구들 먹거리인데 싶어서 이 정도는 눈도 깜짝 안한다.

뭐 이 정도쯤이야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등허리에 내려앉은 햇살이 따뜻함을 넘어 뜨거워지는 시간. 골마다 수확한 감자를 일렬 종대로 펼쳐 놓고 햇빛에 흙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점심으로 감자를 쪄 먹기로 한다.

포슬포슬한 감자가 껍데기가 쩍쩍 갈라져서 파스락한 분이 퐈~~ 하고 터져 나온다.

뜨거운 찐 감자의 냄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친다.

키위나무 그늘 아래 둥그런 상 하나 펼쳐 시원한 물김치 한 그릇 떠다 놓고 삶은 감자 하나 호호 불어가며 앗! 뜨거 소리에 손도 호들갑, 입도 호들갑을 떤다.


오전 내내 흘린 땀이 절로 식어간다.

마당에서 침만 흘리고 있던 개들도 이 날은 감자로 포식하는 날이다.

내일은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를 해 먹고 모레는 감자 옹심이를 해 먹을 테닷!

한동안 감자 반찬만 먹을 테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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