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살구나무는 어디로 갔을까

by 즐란

옛날 산골 동네 이름은 지형적인 이름이 많았다.

산의 동쪽이라서 동촌, 서쪽이라서 서촌,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라서 안촌, 밤나무가 많은 골짜기라서 밤골 등등.


나는 동네 이름에 살구 ‘행’ 자가 들어가는 마을에 살고 있다.

이 동네는 살구나무가 많아서 봄마다 살구꽃이 화려한 아늑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집집엔 살구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1년째 우리 집 살구나무에도 살구가 열리지 않는다.

작년에 딱 하나가 열렸을 뿐이었다.

분명 살구동네에 살고 있는데도 살구나무는 구경을 할 수가 없으니, 왜 그럴까?

조선시대에는 ‘행’ 자를 살구나무가 아닌 은행나무로 지칭했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동네에 은행나무도 많으냐.

동네 입구에 가로수로 있는 은행나무가 몇 그루 있긴 하지만 그것을 빼곤 집집에도 은행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옛날에는 동네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살구나무가 많았는데 여러 가지 환경이라든지 기후 조건들이 맞지 않아서 잘려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구꽃은 시의 소재로도 물론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을 정도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꽃이다. 봄마다 새색시의 부끄러운 볼마냥 연분홍빛 살구꽃이 온 동네를 뒤덮었을 것 같은 내 궁금증은 뒤로 두고 그냥 누군가의 그리운 고향 이름쯤으로 알고 있어야 될 것 같다.



‘우리 고향엔 봄이면 살구꽃이 활짝 폈었어.

누나랑 뒷집 형아랑 살구나무 밑에서

손 잡는 거 내가 똑똑히 봤거든.

그때 누나 얼굴이 살구꽃처럼 발그레 번졌었어.

엄마가 부르는 바람에 나는 붙잡혀 들어갔지만

집으로 돌아온 누나에게

씩씩거리며 울먹이는 눈으로 노려보자

누나가 가녀린 몸으로 날 와락 끌어안았어.

그때 누나 머리에서 나던 살구꽃 향기를

잊을 수가 없지.‘

라고 얘기하고 있는 누군가의 고향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