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상자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중 '상자 속의 사나이'라는 내용이 있다.
지금 말로 하면 파워 J 성향을 가진 주인공인 벨리코프는 본인의 인생과 세상 모든 것을 정해진 대로 따라가려는 원리원칙주의자이며, 계획한 것에 한 치의 오차 없이 따르려 하고 지키려 하는 사람이다.
그의 원칙이 스스로를 안정감 있게 만들지언정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던 중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원칙이 무너지나 싶었지만, 작은 해프닝으로 그만 죽고 만다.
그는 평생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경직된 삶을 살았지만, 관 속에 있는 그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평온하고 안도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동안 벨리코프의 원칙에 불편함을 느끼며 그를 조롱하고, 멸시하여 그가 죽으면 조금은 편해짐을 기대했지만 장례식장에서 그의 모습을 본 이후 그들은 그 문제로부터 해방되어도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에 부딪혔음을 느꼈다.
이 소설에서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우린 모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상자 속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크기가 크건 작건, 원형이든 나무든 별 모양이든 어찌 됐든 모든 사람은 각자의 모양에 맞는 상자라는 세상 속에 살고 있고, 그들만의 생각과 가치관, 목표와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 작은 상자의 무서움은 본인 스스로를 옳다고 가정하게 만들며, 타인을 배척하는 상자가 될 수도 있다.
스스로의 도취와 무지에 빠져 본인을 작은 상자에 가두어 놓고 성장과 배움의 길을 막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작은 상자 속에 갇혀 살고 있으며 삶을 살아가며 본인이 느낀 감정과, 경험에 따라 혹은 주위 환경과 배움에 따라 모두 각자의 상자가 만들어진다.
어떤 사람은 이런 견고한 작은 상자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서야 완전히 부서져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길을 가다 문득 들려오는 가게의 노랫소리 가사를 듣고 뿌리 깊게 박혀 있던 본인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려 그 상자를 깨고 나온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다 할지라도 그 상자를 깨고 나와서도 우린 또다시 '나'라는 상자 속에 무한히 갇혀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정치 갈등,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이기주의와 냉소주의가 만연한 우리 시대에 어쩌면 모두가 갇혀 있는 스스로의 상자 속에서 한 꺼풀이라도 깨고 나와 배려와 화합으로, 이해와 포용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나의 작은 상자로부터 언제나 해방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