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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냄도 Nov 27. 2023

갈색 제비집(4)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고혹적인 주황빛

 그날의 하늘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고혹적인 주황빛이었다.

 어느 날 저녁, 예전처럼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참새로 보이는 작고 누런 새들이 제비집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것이다. 그 녀석들은 마치 원래부터 자기 집인 양 제비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참새들은 내가 다가가도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열심히 먹이를 찾는데 분주했다. 몸집이 얼마나 작은지, 철조망을 굳이 뛰어넘지 않아도 사이의 작은 구멍으로 지나다닐 수 있었다.

 훈련소 수료를 앞두고 있어 마음에 여유가 생긴 때문일까, 이전에 제비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열심히 새끼 참새들을 이끌고 뒤뚱뒤뚱 걷는 어미 새를 보면서는 감동적인 모성애를 느꼈고, 열심히 나는 연습을 하는 새끼 참새를 보면서는 괜스레 대견해져 심심한 응원을 보냈다. 나는 전에 제비를 보던 나의 마음과 그때 참새를 보던 나의 마음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 사실에 적지 않게 놀라며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중에 무언가가 뇌리를 스쳤다.

 돌아보면 훈련소 생활은 한 명의 국군 장병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생활습관과 전투기술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매일같이 했던 고된 체력단련도, 갖가지 훈련들도, 낯선 사람들 열댓 명과 한방에서 자고 생활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였다. 결국, 군대라는 조직, 군인의 임무에 적응하기 위해 길었던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제비집에서 가만히 있으며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기다리던 새끼 새들도 사실 누구보다 날고 싶었을지 모른다. 내가 어미 제비가 훨훨 날아다님을 부러워했듯, 새끼 제비들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천천히 몸집을 기르고 힘을 비축했다. 그리고 때가 되자, 보란 듯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훈련소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입소할 때에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청년이었지만, 그 길었던 시간을 다 보내고 나니 어엿한 군인이 있었다. 나도 한 명의 군인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끼 새들이 그랬듯 몸집을 기르고 힘을 비축했던 것이었다. 그것을 미처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열심히 껍질을 쪼아대는 것과도 같았다. 껍데기가 깨지는 것이 한순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는 그 안에서 껍데기를 깨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가했듯이, 나의 껍데기에는 아주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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