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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냄도 Nov 27. 2023

갈색 제비집(3)

부드러운 갈색

 그 제비집은 부드러운 갈색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식사를 급히 마치고 제비집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훈련소 생활의 낙으로 삼았다. 새끼 제비들은 일주일 정도 지나자 나는 연습을 시작했고, 몇몇은 철책으로 둘러싸인 담장을 훌쩍 넘어 날아다녔다. 보란 듯이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며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뭔가 모를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한 달이 넘도록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하던 것이 슬슬 못 배기던 참이었는데, 태어난 지 고작 일주일 만에 담장을 훌쩍 뛰어넘은 제비는 나에게 뭔가 모를 박탈감을 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감정은 한편으로 일종의 대리 만족감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좋은 구경이 얼마 못 가 끝이 났다. 새끼 제비들이 다들 자라 이사 간 듯했다. 폐전구 위에는 제비집만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얼마나 야무지게 지었는지 비가 세차게 와도 처음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는데, 아무래도 제비에게 박탈감보다 만족감을 더 크게 느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그 무렵 나의 훈련소 생활도 끝을 보이긴 매한가지였다. 악명 높은 각개전투와 행군도 무사히 마쳤고, 전의 부끄러웠던 기억들도 차츰 잊혀갔다. 나름 군인 본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며칠을 더 보내고 나니, 어느덧 훈련소 수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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