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브런치라고 들어봤어?"
"그게 뭔데?- 먹는 거 말하는 거야?
"아니, 글 쓰는 사이트인데, 작가 신청해서 통과하면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사이트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거야~"
평상시 끄적이는 걸 좋아하던 나는 그동안 종이와 sns에 적어두었던 몇 가지 글을 골라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결과는 보기 좋게 땡!
그렇지, 요즘에는 글이든 그림이든 노래든-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우연한 도전이어서 가볍게 포기를 하고 지냈다.
1년 정도 지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려 쿠팡을 기웃거리던 중 호기심이 생긴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휴대폰에 바로 연결하는 블루투스 키보드다. 연결도 간단하고, 또각또각 경쾌한 소리와 터치감이 마음에 들었다. 이것저것 끄적거리고 있다 보니 예전에 작가 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은 브런치가 생각이 났다.
'아, 맞다! 브런치, 다시 신청해 볼까'
이번에는 글을 다듬어서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지만, 신청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 다시 한번 작가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작가가 되었다는 기분 좋은 알람이 왔다.
최근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나눈 주제가 있었다. 친한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다르고, 반감이 생기기도 해서 조심스럽게 이어간 대화였다. 집에 돌아와 자려고 누웠다가 자연스럽게 흘러간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귀찮은 몸뚱이를 일으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야기는 짧은 시간에 술술술 써내려 갔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연신 브런치 알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뭔 일인지 놀라 어안이 벙벙했는데 조회수는 2000, 5000, 8000, 10000으로 계속적으로 올라갔다.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이래저래 검색을 해봤더니 Daum사이트 변두리에 내 글이 실린 것이었다. 하루, 이틀, 삼일까지 조회수는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다 점심때쯤 되니 조회수가 뚝 끊겨버렸다.
'아, 이제 글이 내려갔나 보구나'
2~3일 동안 2만 명이 넘게 조회를 했다니 감사하기도 했지만, 글에 반대하는 의견도 종종 올라와 심장을 떨리게 했다. 공인이었던 적도, 인플루언서인 적도 없었던 나는 타인의 부정적인 댓글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마음이 불편하고 어려웠다. 글 하나로 나를, 내 삶을, 내 주관을 평가받고, 지적받았다. 부모님의 안부까지는 아니지만... 자녀의 안부를 묻거나 나를 한심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댓글도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평소 부정맥이 있는데, 더 심해지면 어쩌나 하고 은근 걱정도 되었다^^;;).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적대적이지 않은 척 답글을 달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조회수의 설렘만큼, 댓글 알람의 공포도 커져갔다. 그렇다고 댓글을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업로드 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종종 댓글이 달려,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하나, 하나, 하나 다른 관점의 댓글을 여러 번 곱씹으면서 적대적이지 않은 답글을 달기 위해 나는 들숨과 날숨을 규칙적으로 크게 크게 내쉬었다. 처음에는 보기 좋게 써보려고 읽어 내려갔으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평균"이라는 수치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적당히 출산을 하고, 적당히 취직을 하고 적당히 친구를 사귀어오며 살았다는 보통의 기준 말이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나와 비슷한 경제력, 비슷한 나이, 비슷한 성격과 환경의 사람들만 가까이 지내왔을 뿐이다. 소극적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은 사귀지 않았고, 적극적으로는 내 삶의 바운더리를 넓힐 생각이 없었다. 평범함과 보통에 대한 관점은 결국 편협한 나의 인맥이자, 나의 경험일 뿐이었다.
댓글이 악플이던 공감이던 그 글들을 통해서 며칠이나마 내 안에 나를 넓히는 연습이 되었다. 물론 상처에 뿌리는 소금처럼 따갑고 쓰렸다. 하지만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글들을 여러 번 읽어보았다. 반복해서 읽다 보니 글쓴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씬 때려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궁금해서이다. 그 사람의 경험, 그리고 그 사람의 감정, 그 사람의 스토리들이 알고 싶어졌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고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나와 가까운 남편, 아이, 부모님, 친구들 말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알지 못하는 "보통"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한산한 여행지에서 만난 부부나, 에버랜드의 지루하고 긴 줄을 기다리는 커플,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서 만난 또래의 여성...이라고 쓰다 보니 또 내가 좋아하거나 종종 가는 곳이다. 하하.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면 어디를 가야 할지는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나와 연결고리가 없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대중매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좁고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고 싶다.
평소 낯가림이 있고, 붙임성이 없어 모르는 길도 멀리 돌아가는 나이지만, 댓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줄 알고, 나와 다른 생각도 진심으로 포용할 줄 아는 사람.
자극적인 주제가 아니라, 따뜻하고 위로가 있는 일상의 글들을 풀어내는 사람.
비꼬거나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읊조리듯이 말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읽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연습하며 노력해 가 보련다. 타인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주기적으로 글을 남기고, 꾸준히 책을 읽을 것을 노력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