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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마주마 Mar 04. 2024

새싹을 보고 눈물이 나면... 갱년기일까요?

당연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고마운 봄!

아- 뛸까, 말까.

25초에 시작해서 잠깐사이에 10초로 접어든 신호등을 보니 뛰고 싶은 의지가 상실된다. 차라리 걸어가자~하고 씩씩하게 걷는데 인도 옆 조경용으로 심어놓은 거무죽죽하고 앙상한 나뭇가지 어깨춤 걸렸다. "으아악~"


옷이 뜯길까 봐 얼른 뒷걸음질 쳐 나뭇가지를 떼냈다. 가까이서 보니 거무죽죽한 가지 사이로 알롱달롱 초록의 새싹들이 잔뜩 달려 있었다. "어머머머머~"

마치 신성한 열매라도 본냥, 그 자리에 서서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받들고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새싹이다, 새싹!"




 


봄은 내게 40년째 오고 있는데, 마치 눈을 처음 본 사람 마냥 새싹을 보고 신기해하는 내 모습이 좀 어색하긴 하다.  이깟 새싹이 뭐라고... 가을이면 서서히 사라졌다가 내년 봄에 또 어김없이 찾아오는걸... 설레고 떨리는 내 마음 왜 이렇게 주책일까.



20대 때는 사계절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계절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한 때 자주 만나서 놀던 친구. 

어떤 시절에 만났던... 사계절을 채 채우지 못하고 헤어진 남자친구.

신종플루에 걸린 것도 모르고 연차 못쓰게 하던 재수꽝인 밉상 과장.

땀 쩐내로 가득  습한 공기의 지하철. 그때의 계절은 어떤 사건들로 기억되고, 찝찝한 감정으로 남아있다.



30대 때는 원수만큼 싫어했던 겨울을 버텨내다가 쓰러지듯 봄을 맞이한 기억이 전부다. 아이들은 계속 아프고, 온갖 종류의 독감과 코로나와 호흡기질환들이 돌아가면서 괴롭히고... 눈이 오면 유모차를 고 나갈 수 없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도 가족들외투를 쌓아둘 곳이 없어 그냥 나가야 했던 적도 있다. 아이들은 심심해서 심불을 부리고, 오래간만에 나갔다 오면 보란 듯이 감기에 걸 고열이 오르고 마는... 지독히도 힘든 계절... 숨이 깔딱깔딱할 때 수면 위로 올라온 기분으로 맞이하는 겨우 찾은 숨구멍 같은 계절이었다.

  


40대. 봄을 맞이한다.

죽어버리고 싶은 감정도, 죽을 만큼 힘든 버텨냄도 없이, 그저 그런 겨울을 잘 보내고 맞는 나의 첫 봄이다. 아이들은 제법 커서 웬만해선 고열이 나지 않고, 밥만 차려두면 볼일을 충분히 보고 돌아올 수 있는 날들. 날씨를 확인 못한 채 추운 날씨에 아이들 옷을 가볍게 입혀 내 보낸 들, 나의 불성실을 자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자란 아이들.

그렇게 편안하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걷다가, 바짝 마른 가지에 달린 쌀알만 한 새싹들을 본다.

눈물이 난다. 어이가 없지만, 눈물이 난다.

너무 당연해서 새롭지 않던 봄이, 또 맞이할 기운도 없었던 봄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반갑고, 신기하고, 또 새삼스럽다.

돌연사가 가장 많은 40대,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통계. 언제라도 쓰러져 죽거나 이런저런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사기를 당해 길에 나앉을 수 있고, 언제라도 우울증이 찾아와 내 삶을 스스로 하찮게 취급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 전쟁이 일어나 인권이 박살 나고,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상기온과 감염병이 계속 새롭게 출현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만난 새싹이 너무나 반갑다.

새롭게 주어진 나의 1년 너무나 감사하다.

저 새싹이 나에게 말을 건 것도,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도 아니지만 그냥 네게 고맙다.

너는  때가 되어 피어난 것이지만 너무나 고맙다. 새싹아!

이번 1년도 잘 부탁할게~추운 겨울까지 또 잘 버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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