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작 일본 영화 <신의 카르테2>는 <신의 카르테(2011)>의 후속 작품으로, 작가이자 현역 의사인 나쓰카와 소스케의 소설 '신의 카르테'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일본 인기 아이돌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후속이라고는 하나, 원작이나 전편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감상가능하다.
주인공인 쿠리하라 이치토는 24시간 365일 진료하는 지방병원 '혼조병원'의 청년의사다. 이치토는 항상 문학집을 손에 들고 다니는 괴짜 의사로 불린다. 그가 당직일 땐 긴급환자가 밀려오는 희한한 현상이 벌여져 동료들은 그가 당직인 날을 싫어하기도 한다. 365일 멈추지 않는 이 병원에서, 이치토는 부족한 실력을 가졌지만 최선을 다해 환자를 마주한다.(이치토뿐 아니라 이 병원의 모든 의사가 그러하다) 곁에선, 깊은 이해심을 갖고 있는 아내 하루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탱해주기도 한다. 언제나처럼 바쁘게 일하던 어느 날, 그의 대학시절 동기인 신도 타츠야가 같은 병원으로 부임하게 되고, 이치토는 어째서 엘리트였던 타츠야가 '의료계의 바닥'이라고 불리는 혼조병원에 오게 된 것인지 의아해한다. 한편, 이치토의 은사인 내과부장 누쿠이가 암 판정을 받게 된다.
'신파'란 억지로 눈물을 자아내는 전형적인 영화를 포함한 작품을 지칭하는 다소 부정적인 말이다. 본인에게 <신의 카르테2>는 분명 신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긴 하나, 영화를 보고 운 관객들에게 좋은 눈물을 흘렸노라 말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를 다 본 후에 자신에게 해준 말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조연들을 조연이라고 부르기 조심스러울만큼 인물들의 분량 차이가 없는 게 특징적이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의사로서 환자를 우선시 할 것이냐, 사람으로서 가족을 우선시 할 것이냐'하는 갈등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가지각색의 정답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옳고 그름은 없다고 말하듯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부당한 현실과,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가졌으나 정작 '사람인 의사'는 건강을 챙길 여유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이 주제는 영화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대사나 갈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정작 문제를 대면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호감이라는 게 인상적이다. 영화 속에서 인물들은 함께 해결할 문제로 이를 상정하고 갈등을 공유한다. 악역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풍부한 미장센이 부당한 현실을 마주하는 일에 큰 갈등이나 혼란이 필연이 아님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게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큰 감동을 이끈다. 문제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우리네들 중에 악역은 없는 것이다. 문제를 대면하는 게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인물들은 다정하게 어루만져준다. 부당한 문제를 다룰 때 전형적인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신념이 있고, 그에 반하는 인물을 물리침으로써 신념을 굳건히 하는' 방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관객은 모든 걸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인물들 누구에게나 이입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고 능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연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져준다.
이 영화는 의료계의 현실과 가족 이야기, 생과 사 등 신파 장면이 가득할 것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신파를 판단하는 기준은 관객에게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 부족함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뒤가 없는 사람처럼 호평했지만, 많은 것을 전하려다 보니 서사상에 구멍이 보이는 부분도 있다. (전작을 안 본상태에서 하는 리뷰이니, 아마 1에서 이 부분이 충분히 설명된 후 2편이 나온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정감 있는 접근방식과 전달력, 미장센까지 호평을 던질 수 있는 영화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신파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 영화계에 걱정이 떠나지 않는 요즘, <신의 카르테2>는 여러모로 모범이 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마음껏 울고 싶은 날에는 '신의 카르테2'를 보고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 영화 특유의 따뜻함과 포근함은 좋은 안식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