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과 2020년, 내가 느낀 스웨덴의 5년 변천사
학부생 때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5년 만에 석사생의 신분으로 돌아간 스웨덴은, 내가 알던 스웨덴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고작 5년 만에 말이다. 나는 한국이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너무 신기해서, 당시 교환학생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들에게 스웨덴이 이렇게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가 알던 스웨덴이 아니라고. 그리고 글로도 기록을 남겨 더 많은 분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앞으로의 이야기는 2015년의 스웨덴 백훼, 그리고 2020년부터 2년 간의 스웨덴 룬드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같은 스웨덴이라고 하더라도, 지역(특히, 수도인 스톡홀름!)마다 다른 점이 있을 수 있다.
스웨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거나 스웨덴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2015년에도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사실 생활하면서 종종 현금을 사용할 일이 있거나 사용해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는 정도였다. 교환학생들 사이에서는 카드 사용만 가능한 곳의 리스트가 유용한 정보처럼 공유되었으니, 카드 사용만 가능한 곳이 당시만 해도 그렇게 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20년에는 카드만 사용하고, 카드만 받는 것이 더 보편화되어 있었다. 이전과 비교해 현금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이 셀 수 없을만큼 많아졌다. 2년 동안 석사 생활을 하면서 현금을 사용한 적은 단 한 번, 중고 자전거를 구매할 때였다. 카드 사용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삼성 페이 혹은 카카오 페이와 같은 Swish(스위시) 어플리케이션의 사용률이 매우 높아졌다. 2012년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교환학생 당시에도 서비스 자체는 있었지만, 사실 이 어플을 사용하는 스웨덴 친구들을 본 적이 없었다. 보통 스위시를 받는 곳은 계산대에 스위시 로고를 붙여놓는데, 이 로고를 2020년에서야 처음 보았던 걸 보면, 백훼에는 스위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게도 없었던 것 같다. 선구매 후지불 서비스(BNPL)인 Klarna(클라나)의 이용도 높아져서, 이제는 현금이 없는 사회를 넘어서서 더욱 편리한 지불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배달 서비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가 있으면서 이 배달 서비스가 굉장히 그리웠었다. 2015년 백훼에서는 유일하게 피자집만 배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마저 사장님이 안 바쁠 때 하는 배달 혹은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배달이었기 때문에, 그냥 가게에 들러 픽업하는 것이 속 편했다. 하지만 2020년의 스웨덴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게 되었다. Uber Eats, Foodora 등 음식 배달 어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배달 시간을 지정할 수 있거나, 배달에 걸리는 예상 시간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들 수 있다. 스웨덴은 인건비가 비싸다는데, 그렇다면 배달비도 훨씬 비싼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답은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배달비는 25 SEK (3,200원), 49 SEK (7,000원) 등으로 천차만별이었다. 최근 한국에서의 배달비가 비싸졌다고는 하나, 한국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배달비가 부담이라면 배달비가 무료인 곳을 골라 주문하면 된다. 배달비가 무료인 곳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이렇게 고마울 때가 없었다. 단, 스웨덴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한 음식 배달이 굉장히 많은 편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음식 배달을 시켰을 경우에는 음식이 빨리 식어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스웨덴에서의 한국의 인지도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이것은 사실 스웨덴이 달라졌다기보단 한국이 달라진 것이 좀 더 적절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느껴본 것이기에 적어보려고 한다. 교환학생 당시에는 스웨덴 친구들에게 "나 한국에서 왔어!"라고 소개하면, 보통 상당히 단조로운 톤의 "Wow, nice. (와, 멋지네.)"라는 반응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나라에 대해 특별히 아는 정보가 없을 때 나 역시 그런 반응을 하곤 했던 것 같다. 간혹 한국에 대해서 아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친구들은 흔히 말하는 케이팝 마니아 층에 속하는 친구들로,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에 대해서만 자세히 알고 있지, 한국에 대한 관심은 강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스웨덴을 다시 찾았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반응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일단 반응이 굉장히 격하다. 가끔은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팀플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최근에 즐겨보는 한국 예능,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친구도 있었고, 한국 술인 소주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다음에는 막걸리를 도전해 봐야겠다고 이야기를 건네는 친구도 있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접하는 한국은 스웨덴 친구들에게 다이다믹하고 재미있는 일이 가득한 곳이라는 느낌을 주는 듯했다. 이렇듯 한국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대부분 내가 아닌, 스웨덴 친구들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케이팝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 사회, 역사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2022년 3월에는 한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선거일 다음 날 스웨덴 친구들이 이에 대해서 나에게 먼저 이야기를 건네 왔다. 어떻게 이 친구들이 실시간으로 한국 소식을 알 수 있나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웨덴 국영방송인 SVT에서 한국에 관련된 뉴스를 꽤 많이 보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가끔 한국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이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미안, 나는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이 없어서..."라고 했는데, 그때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 정말 흥미로웠다.
"말도 안 돼. 너 인터넷 안 돼?"
글로 적으니 상당히 공격적이어 보이지만, 사실 장난기가 가득 섞인 표현이어서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재밌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저 말은 그만큼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려 해도, 모르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 덕분일까, 이제는 굳이 아시안 마트를 가지 않아도 스웨덴 일반 마트에서 한국 식재료를 찾는 것이 꽤 수월해졌다. 단, 진열대에 진열되는 순간 굉장히 빨리 솔드아웃되기 때문에, 고민하기 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또한, 시립도서관에 가면 한국어 문제집을 펴놓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교환학생 당시에는 상상도 못 할 일.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정말 많아졌고, 그래서 스웨덴에서도 한국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더 이상 한국인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비밀의 언어가 아니게 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는 스웨덴이지만, 결국에 스웨덴도 변할 수밖에 없고 변하고 있다. 물론 나는 그게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믿는다. 현재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스웨덴.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지, 미래의 스웨덴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진다.
Cover Image 커버 이미지 (Photo: Henrik Trygg/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