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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Mar 25. 2018

지금 만나러 갑니다.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취미가 있겠지만, 저는 영화보는 것이 취미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제가 본 영화에 대해서 글을 적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저는 좋아했던 영화나 책을 한 번이 아닌 여러번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첫번째 감상에서 못봐던 걸 두번째 감상에서 보게되고, 다시 볼때 마다 다른 상황이 저에게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볼 기회를 제공하고, 제 생각을 좀 더 깊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리메이크작이 나오기를 굉장히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작품을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니까요. 특히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춰서 보여주는 연출과 상황이 너무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그래서 지난번 리뷰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저에게는 너무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떠나간 엄마가, 그리고 아내가 비오는 날 갑자기 가족에게 돌아옵니다. 다만 기억을 잃은 상태로요. 엄마와 아내가 떠나간 빈자리는 여실없이 가족에게 드러납니다. 요리에 서툰 남편,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그리고 그런 아내이자 엄마를 그리워하는 가족에게 말이죠. 그런 엄마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남편과 아이는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아내가 남편의 옆자리를 채우면서, 엄마가 아이를 감싸주면서 점점 따뜻해집니다. 


기억을 잃은 아내가 가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편의 기억 덕분이었습니다. 남편 우진(소지접)은 아내 수아(손예진)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처음 반했던 순간, 졸업식 때 헤어졌던 순간, 그리고...용기를 내 다시 만나게 된 순간까지. 우진의 이야기에는 진심이 묻어있었고, 무었보다 수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우진과 수아의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둘이 재회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둘은 여려가지 수난을 겪고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우진은 수아를 만나기 직전까지도 고민하고 망설입니다. 

'머리에서는 떠나라고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우진에게 수아는 안기면서 말해줍니다. 

'우린 잘 할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수아가 기차에서 내려서 우진에게 한 말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영화가 가장 좋은 이유는 수아와 우진의 두 번째 헤어짐에 있었습니다. 수아는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떠나는 자신이 우진과 아이에게 남길 수 있는게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아이에게 청소기를 돌리는 법, 빨래를 너는 법, 요리를 하는 법 등 자신에 남길 수 있는 것을 남기고 갑니다. 또한 아이의 스무번째 생일까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죠. 이런 수아의 행동을 보면서 떠나가는 사람와 남아있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떠나가는 사람은 남겨진 사람이 자신을 잊지 않도록, 그러나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뭔가를 남기고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떠나가는 사람이 미안해하지 않도록 그런 추억들에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갑작스런 헤어짐이 아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이 둘에게 주었다는 것이 그저 슬프고 좋았습니다. 

이미 다른 리뷰에서도 말한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게 이제 껏 격어왔던 그 어떤 슬픔보다 괴로울 것이라는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런 헤어짐에 아쉽움을 느끼기 전에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과의 행복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원작과도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차이점 있다면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적인 배경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일본스러운 배경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일본판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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