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잔인함으로 채워진 승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 SNS에 올라오는 영화 관련 페이지들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그 중 여러번 추천 받은 영화 [미스슬로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려고 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로비스트 사회입니다. 정당에서 정치인들이 활동을 할 때 여론을 비롯한 각종 분위기를 조율하는 직업입니다. (정말 간단히 적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미스 슬로운은 대형 로비스트 회사에서 유능한 인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가 총기법과 관련된 의뢰를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직을 하면서 로비스트의 활동을 하고 그 곳에서 그녀가 승리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모든 과정을 영화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승리를 위한 그녀의 태도입니다.
슬로운은 비이상적으로 승리와 일에 대해서 집착합니다. 도청 장치를 이용해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모으는 범죄행위는 물론, 사건의 희생자를 동의 없이 미디어에 노출 시키는 비윤리적인 행동 또한 서슴없이 시도합니다. 과연 그렇게 해서까지 얻어야할 만큼 ‘승리’가 값진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녀에게 ‘승리’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그녀의 커리어를 위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실패한 경험을 커리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슬프게도 승리한 경험만이 우리의 커리어가 되고, 사회에서 우리를 증명하는 방법이 됩니다. 이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적용되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단적인 예시를 들면, 취업 이력서입니다. 우리는 이력서에 스펙을 적을 때, 가지고 있는 것 또는 상을 받은 경험을 적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취득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움이 됐다.’라는 말 따위는 적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결국에는 내 무능력함을 증명하는 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승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슬로운이 지속적으로 약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약이 정확히 무슨 약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내용상 잠이 안 오게 하는 약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녀는 일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이기기 위해서 스스로 잠을 포기하고 남들이 누리는 일상적인 삶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그 일상적인 삶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 윤리를 지키는 경계선 등 다양한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그녀 자신입니다. 남들과 같은 사랑이 아닌 육체적인 쾌락만을 위한 짧은 관계, 그리고 영화의 종반부에 나오는 것처럼 승리를 위한 희생양에 본인마저 포함시키는 잔임함까지. 과연 이런 스스로를 뒤로 한 채 얻은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누구나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도 이기는 것을 더 좋아하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슬로운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정함, 자기 팀마저 속이는 철두철미, 승리를 위한 희생에 본인마저 포함시키는 비정함까지. 남들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안타깝고,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남들 때문에 스스로 피해받는 것도 너무나도 싫은 저는, 저와는 정반대에 있는 그녀가 너무 멋있고 존경스러운 점으로 가득찬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거듭해서 볼수록 그녀가 결국 얻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결국 그녀가 얻은 것은 ‘승리’라고 가득 채워진 커리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냉정과 잔인함으로 채워진 그녀의 승리는 결국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결국에 승리하는 것은 부도덕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졌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기기 위해서 슬로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비록 지더라도 윤리적인 경계선을 지키는 것이 옳은 것인지. 너무나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후자를 선택하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까지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더욱 좋은 사람이라서 아직은 슬로운이 한 없이 멋있어 보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