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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an 16. 2024

어쩌다 보니 동유럽#24

이탈리아 : 로마

 제가 여행을 가기 전에 꼭 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여행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관람하고 가는 것입니다. 영화 속 나왔던 그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고, 저도 모르게 영화 속 그 장소에 있는 스스로를 좀 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피렌체를 가기 전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프라하를 가기 전에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부다페스트를 가기 전에는 '글루미선데이'를 봤습니다. 그리고 로마에 도착하기 전 좀 더 많은 영화를 보고 갔습니다. '글래디에이터'와 '로마 위드 러브'를 보고 로마로 향했습니다.

 로마 도착 후 가장 먼저 간 장소는 로마의 랜드마크 콜로세움이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내부는 못 들어가고 외부 모습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콜로세움 외부를 둘러보면서 '글래디에이터'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수 만 명의 관중들로 가득 찬 콜로세움. 그리고 그 안에 각자의 사연을 뒤로 한채 검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검투사들의 운명. 저 혼자 머릿속에서 영화 한 편 상영하면서 구경하니, 좀 더 재밌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 시내 곳곳에 관광지가 많은 덕분에 로마에 있는 동안 돌아다니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스페인 광장'이 나오고, 다시 좀 걷다 보면 '스페인 계단' 올라가고, 길 좀 잃어버려서 헤매다 젤라토 먹으면서 걷다 보니 '판테온'이 나오는. 관광지로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판테온'입니다.

솔직히 판테온을 가고 싶어서 간 곳은 아니었습니다. 로마 3대 젤라토 맛집으로 불리는 '지올리띠'에서 젤라토 하나 사서 혼자서 신나게 걷다 보니 갑자기 사람들이 막 몰려나오는 곳을 보게 됐습니다. '뭐지?' 하면서 슬며시 가보니 판테온이라는 것을 보고 들어가게 됐습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저절로 공손해지는 마음이 생기느 곳이었습니다. 흐린 날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몇몇 분들은 기도를 드리고 있었고, 신전 천장에서는 밝은 빛이 신전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빛이 비치는 곳을 중심으로 한 바퀴 크게 돌며 신전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시선의 마지막은 천장의 구멍, '오쿨로스'를 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판테온이 어떤 건축물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책이나 사진으로 봤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뭔가... 벅차오름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판테온은 저에게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야 하는지, 다시 한번 알게 해 준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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