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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an 15. 2024

어쩌다 보니 동유럽 #23

이탈리아 : 피렌체 

 피렌체에는 두오모 성당 말고도 유명한 명소가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가 방문했던 우피치 미술관입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웠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로,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인 보티첼로의 '봄', '비너스의 탄생' 앞에는 인파가 몰려서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막, 그닦 인상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예쁘게 그렸다. 정도였습니다. 

그 작품들보다는 젠틸렌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런 말하기는 좀 그런데 회화 작품을 보고 좀... 징그럽다는 감상이 먼저 나왔습니다. 홀로페르네스 목에 칼을 꽂는 유디트. 칼은 목에 반 이상 들어가 있고, 그 칼이 꽂힌 목과 주변 침대보에는 선혈, 그리고 괴로워하는 홀로페르네스의 표정과 그를 바라보는 결연한 표정의 유디트. 제가 본 고전 회화 작품 중에는 사람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그 정도로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 없어서 그런지, 작품을 보자마자 먼저 표정이 찡그려졌습니다. 웃긴 건 그렇게 찡그린 채 작품을 계속 보고 가이드 분의 설명에는 계속 귀가 기울어졌습니다.

 피렌체에 머무르는 동안 인근 도시 중 가장 유명한 도시도 방문했습니다. 바로 기울어진 사탑이 있는 피사입니다. 다들 기울어진 탑을 받치는 모양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죠. 기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여서 저도 신나게 다녀왔습니다. 역에서 탑까지 걸어서 삼십 분 정도 걸렸는데 가는 길에는 식당과 각종 기념품 판매점이 가득했습니다. 피사의 사탑에 도착해 보니 피렌체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들 똑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똑같이 사탑을 받치는 자세로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사탑 옆에는 세례당이 있는데 이곳도 정말 외관이 아름다웠습니다. 다들 사탑만 보고 돌아가던데, 간 김에 주위에 있는 세례당과 대성당도 한 번 가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덧) 피렌체 여행 중 하나의 루틴으로 저는 매일매일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랐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밤까지. 적어도 한 번씩 언덕을 방문해 그곳에서 피렌체의 전경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는 색깔로 아름다웠습니다. 도시에서 겨우 30분 떨어진 언덕이었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피렌체는 피렌체 안에 있을 때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의 활기찬 소리와 커피 향이 가득한 도시가 아닌 잔잔하지만 르네상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괜히 여러 생각에 빠졌습니다. '오랜 시간 본인만의 색깔을 간직한 이 도시를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라는 감상부터 '나도 이 피렌체처럼 언제나 나만의 색깔로 빛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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