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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an 11. 2024

어쩌다 보니 동유럽#22

이탈리아 : 피렌체 - 두오모

 야간열차를 타고 피렌체에 도착하니 달라진 기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유럽에서는 계속 춥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피렌체부터는 따뜻해진 게 느껴졌습니다.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한 8시쯤이었습니다. 전날 야간열차가 좀 피곤해서 무작정 숙소부터 향했습니다. 체크인이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짐부터 우선 맡기고 움직일 요량이었습니다. 다행히 직원의 배려로 아침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야간열차에서 잠을 잤어도 피곤했는지, 짐만 풀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1시간 취침. 1시간 뒤에 눈을 뜬 것도 배가 고파서 눈을 뜨게 됐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나가 식당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발견한 곳은 '서브웨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제 인생 최고의 샌드위치를 만났습니다. 그 당시 제가 서브웨이 주문이 처음이라 직원에게 맛있는 걸로 추천해 달라고 하니 위트빵에 미트볼, 그리고 야채 없이 소스는 마요네즈만 듬뿍해서 건네줬습니다. 먹어보니 정말 끝내줬습니다. 미트볼에는 육즙이 넘치고 고소한 마요네즈 소스와 진짜 잘 어울렀습니다. 야채가 없으니까 좀 더 고기 맛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에게 연신 딜리셔스를 외치며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끝장냈습니다.

수리로 인해 입구에 외벽 천을 댄 상태


 든든히 배를 채우고 피렌체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두오모 성당이었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일본 영화에서 나온 촬영지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두오모 성당을 갔는데 좀 많이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가 성당이라는 것과, 천장이 제가 좋아하는 돔 형태라는 것에 가장 놀랐고 결정적으로 수리 중인 입구에 건물 외벽 무늬의 천을 댄 것에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저게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인 거 같습니다. 일반 건물이면 모를까 관광객에게 유명한 명소인데, 공사장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 것보다 해당 건물 외벽 천을 대면 관광객들의 불편함이 줄어들 것으로 보였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놀랐던 두오모 성당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인간적으로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깔끔하게 입장을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성당 규모가 커서 그런지 주위에 정말 많은 카페와 바가 오픈한 상태였고 사람들은 야외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성당 주위를 둘러본 뒤 곳곳에 있는 골목들도 탐방을 해봤는데 정말 미로가 따로 없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피렌체를 구경하는 게 목표여서 지도 없이 돌아다니는데 길이 정말 복잡했습니다. 물론 그 덕에 많은 것을 보기도 했지만요. 가장 많이 본건 메디치 가문 문양이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라는 도시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친 가문이다 보니 도시 곳곳 다양한 방식으로 메디치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젤라토를 먹으면서 돌아다니길래, 질세라 저도 냉큼 사서 젤라토를 먹으며 도시를 종횡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피렌체 이곳저곳을 싸돌아 다녔습니다. 걸어 다니면서 관광하기 너무 좋은 도시였습니다. 길을 잃어버려도 두오모 성당만 찾으면 되니까 지도 없이 돌아다니기도 좋았습니다.

피렌체 중심을 돌아다닌 후, 일몰을 보기 위해서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두오모 성당에서 걸어서 한 30~40분 정도 되는 곳에 있는 곳인데, 저는 미켈란젤로가 유명해서 언덕 이름을 이렇게 지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언덕 위 광장 같은 곳에 미켈란젤로 작품으로 유명한 다비드상(모작)이 전시되어 있는 걸 보고 '아, 이름을 정말 잘 지었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시간을 맞춘 덕분에 피렌체의 낮과 밤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프라하, 부다페스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두 도시의 언덕에서 야경을 볼 때는 포커스 되는 건축물이 없었지만, 피렌체에서는 두오모 성당을 중심으로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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