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품었던 유럽 여행 로망 중 하나는 '야간열차'였습니다. 뭐랄까 약간 기차 여행의 낭만도 있는 거 같고, 숙박과 교통을 한 번에 해결하는 가성비도 있는 선택지라고 당시에는 생각했습니다. 어느 구간에서 야간열차를 탑승할까 고민하다가 비엔나에서 피렌체로 가는 구간에 야간열차를 탑승했습니다. 만약 제가 베네치아를 갔다면 야간열차를 이용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 저는 베네치아에는 별로 흥미가 안 가서 바로 피렌체로 가기로 했고 비교적 먼 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 구간을 선택했습니다.
성인 남자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
그런데 야간열차는 예매부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저는 오스트리아 열차 OBB를 이용해서 예매했는데 이게 어플로 예약을 했어도 비엔나 역으로 가 탑승 티켓을 따로 발권했어야 했고, 저처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설명도 부족했습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철도청은 우리나라처럼 일처리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문의에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탑승하게 된 야간열차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경비 절약해 보겠다고 6인 쿠셋에 탑승하게 됐는데, 와... 진짜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양 옆에 3개의 침대가 놓여 있고, 맨 위 칸은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물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1층 침상에 누워서 잠을 잤는데 기차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잠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핸드폰 충전하면서 사진첩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 코 고는 소리가 익숙해질 때까지 깨어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좁디좁은 침상에 어떻게 누워서 잤는지 신기합니다. 유럽 여행 로망 중 하나를 실현하고 있다는 게 마냥 좋았고, 그때만 느낄 수 있던 설렘이었던 거 같습니다.
야간열차에서 특이한 게 있었는데 바로 모닝콜과 아침 식사였습니다. 저는 비엔나에서 피렌체로 가는데 아침 7시쯤 도착하는 기차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에 맞춰서 역무원이 깨워주는 데다가 아침 식사까지 준비해 줬습니다. 빵과 따뜻한 커피. 비록 거창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야간열차에서 아침을 받을 줄은 몰랐던 터라 마냥 좋았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창 밖으로 바라본 유럽의 아침이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