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셰프

기분좋은 오류

by 거북이

가끔씩 의도치 않게 뭔가를 더 얻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너구리를 샀는데 다시마가 두 개 라던가, 튀김우동을 샀는데 튀김이 엄청 많이 들어있는 경우 처럼 말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 제목을 보고 맛있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고나니 따뜻한 영화였다. 오늘은 눈이 즐겁고, 마음은 좀 더 즐거운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 대해서 떠들어 보겠다.


레스토랑 메인 셰프 칼은 트윗터르 인해서 유명한 미식 평론가와 다툼을 가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칼에게 많은 불행을 불렀다. 직장에서는 짤리고, 자존심은 짓밞혔다. 그런 칼은 푸드트럭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다시 하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간 서먹했던 아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성공했다.


나는 영화에서 칼이 너무나도 좋았다. 캐릭터가 매력적인것 뿐 아니라, 정말 주위에 있을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요리에 대해서 자존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존심은 '오만'이 아니라 요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였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딫혀서 자신이 원하는 요리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도 이런 일은 빈번하다. 나 자신을 내세우고 싶지만, 언제나 현실에 타협, 아니 정확히는 수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칼은 이런 친구들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 그리고 직장을 때려친 다음의 모습도 멋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위해서 칼이 새롭게 시작한 것은 푸드트럭이었다. 레스토랑 메인 셰프까지 했던 사람이 푸드트럭이라니 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칼에게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한다는 사실이였다. 거기에 장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연 우리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조건을 안 볼 수 있을까 싶었다. 누구나 칼처럼 자신의 꿈 실현을 제 1순위로 놓으라고 말할 수 는 없다. 그러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의 꿈을 제 1순위로 설정해 놓은 칼이 멋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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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인물은 칼의 아들이였다. 칼의 아들은 아빠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아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아빠의 직장에 방문 해보고 싶었고, 아빠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빠가 실직으로 푸드트럭을 몰아야하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여기서 아빠와 아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바로 음식이다. 정확히는 쿠바 샌드위치. 요리사의 아빠는 아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이용해서 아들과 교감을 하고, 아들에게 자신의 직장에 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보다 튼튼한 연결고리가 아빠와 아들 사이에 생기는 것이다. 나도 아버지와 이런 연결고리가 있다. 어린시절에는 바둑이였고, 지금은 낚시이다. 어린시절 바둑을 배웠을 때에는 자주 아버지와 대국을 가졌다. 그러면서 제법 많은 대화가 오갔다. 성인의 나이가 된 다음부터는 낚시였다. 집에 돌아갈 때마다 아버지와 낚시대를 가지고 바닷가로 향한다. 바닷가에서는 솔직히 많은 대화가 오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순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이제 겨우 스물을 넘긴 아들이 바닷가를 바라보며 낚시를 할 때가 나는 너무 좋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은 그냥 많은 시간을 같은 활동으로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는 제목을 보고 맛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틀렸다. 영화는 맛있고 따뜻한 영화였다. 가끔씩 이런 기분 좋은 오류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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