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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Apr 15. 2019

가격 경쟁력=인건비?

[05] 인건비에 가려진 경쟁력



‘샌드위치 신세’ 한국건설, 해외수주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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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가 위기에 처한 것은 시장 공략이 여전히 단순 시공 분야에 치우친 데다 중국 업체의 성장으로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중동지역의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동남·중앙아시아 등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마저 중국 업체에 밀린다. 또 민관협력형(PPP)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스페인·미국 등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4일 자 서울경제신문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플랜트 업계의 경쟁력을 다루는 신문 기사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수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중국 업체의 성장과 동남아시아 인력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로벌 업체들처럼 프로젝트 관리운영, 기본설계(FEED) 등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인건비 절감과 함께 고부가가치 위주로 사업을 변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주실적이 급감한 것은 팩트이고, 경쟁력이 점점 뒤처지고 있는 것이나 국가의 지원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일 것입니다. 또한 프로젝트 관리(매니지먼트) 기술이나 기본설계 등 고부가 가치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도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일이 하루아침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어서 오랫동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진척은 없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경쟁력 약화에 대한 원인이나 국가의 지원 등은 차치하고, 단지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합니다.  



정말 우리나라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이나 싱가포르 업체보다 떨어지는 것인가?


EPC 프로젝트의 비용 구조

EPC 프로젝트의 비용은 자재비, 노무비 그리고 경비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재비는 말 그대로 자재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고, 노무비는 인건비이며, 경비는 그 외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회사마다 정책에 따라 구분하는 방법이나 용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떻게 나누더라도 모두 이 세 가지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어느 회사든 입찰을 할 때나 수주 후 예산을 편성할 때도 이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하고 집행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비용을 엔지니어링(E) - 자재구매(P) - 시공(C) 세 단계로 나누어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비교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먼저, 엔지니어링(Engineering)입니다.

엔지니어링 비용은 대부분 엔지니어링에 투입되는 인원 즉, 엔지니어 인건비입니다.

EPC 프로젝트는 그 규모에 따라 적정한 인원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금액이 몇억 불이고 물량이 몇만 톤이면 적정 엔지니어는 몇 명", 이렇게 산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늠된 인원수는 어느 회사든 비슷합니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어느 회사나 투입되는 인원이 비슷하므로 인건비 측면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 임금이 비싼 유럽 업체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업체가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나 싱가포르 업체는 엔지니어링을 자신들이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할 필요 없습니다. (물론 엔지니어의 실력에 따라 엔지어링 기간이나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건비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할 수는 없으나 인원수로만 볼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재비(Procurement)입니다.

EPC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자재는 대부분 글로벌 업체(Vendor)를 통해 조달합니다. 다시 말하면 유럽, 아메리카는 물론 동남아 등 전 세계의 Vendor 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어느 회사든 일방적으로 가격 협상에 유리하지 않을뿐더러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재비 또한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국내 업체에서 제작을 할 수 있다면 가격이나 납기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플랜트 업계에서 기자재 국산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지만, 의욕만 앞설 뿐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공(Construction)입니다.

시공은 육상플랜트와 해양플랜트가 조금 다르기에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상당 부분 지적이 맞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해양플랜트를 수행하는 업체는 모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삼성중공업 등 모두 조선업체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업체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해양플랜트는 설비 대부분을 야드(Yard)에서 제작한 후 현장(Field)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땅과 설비 그리고 숙련 인력을 보유한 조선소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즉, 해양플랜트는 제작에 투입되는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자국 인원을, 싱가포르 업체는 동남아 인력을 그리고 유럽 업체들 또한 인도, 아프리카 혹은 동남아 인력을 활용합니다. 이들의 인건비는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우리나라의 10~20% 정도로, 일단 품질과 납기 문제를 제외한다면 큰 차이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도 동남아 근로자를 들여와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해양플랜트는 인건비보다는 다른 부분 즉, 고품질과 함께 납기를 맞추어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입찰에 참여합니다. 가능하다면 납기를 줄이는 것 또한 주요 검토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육상플랜트는 대부분 현장에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가 관리(매니지먼트) 인력만 동원하고 시공 업체나 작업자(Worker)를 모두 현지에서 인력을 조달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회사가 현지 시공 업체와 인도, 필리핀 등 동남아 인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중국이나 유럽 EPC 회사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는 것입니다. 즉, 시공인력을 조달하는 방법도 모두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이 또한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님에도 높은 비용으로 계약을 했다면 그 회사는 기본적인 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결국 인건비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업체들이 결코 불리한 조건이 아님을 할 수 있습니다. 플랜트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인건비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결국 EPC 프로젝트의 경쟁력은 매니지먼트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인건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을 어느 만큼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엔지니어링이든 시공이든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은 공사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인건비 또한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 비용은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로 매니지먼트의 능력이며, EPC 프로젝트의 경쟁력은 매니지먼트에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입찰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단독으로 수주에 나서지 않고 두 회사가 연합하여 수주에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술력을 확보한 유럽 업체 입장에서는 비교적 기술력이 적게 필요한 시공(Construction)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업체에 맡기고, 대신 자신들은 매니지먼트에 집중함으로써 서로 EPC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려는 전략이며, 중국 업체 또한 자신들의 약점인 E와 P 즉, 엔지니어링과 자재 조달은 자신들보다 뛰어난 유럽 업체에 맡기고 자신들은 시공을 맡아 리스크를 줄임과 함께 안정적으로 역량을 키워가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건비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동남아의 저임금만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EPC 업체의 경쟁력을 논한다면 너무 단순한 아니, 아주 편리한(?) 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는지요. 최소한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발주하는 육상플랜트 수주전에서는, 인건비로 인한 경쟁력 부족으로 인해 떨어졌다는 말을 더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이 인건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 정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현장, 프로젝트, EPC, 엔지니어링, Site, 해외현장, 사우디, 육상플랜트, 해양플랜트,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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