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 플랜트 엔지니어링 그리고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세계적인 오일 매니저들은 엔지니어링 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전권을 가지고 엔지니어링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도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을 합니다. 그들은 계약자인 우리도 자신들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상대합니다. 하지만 우리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제대로 된 조직이나 권한이 없어 그들만큼 영향력이 없습니다.
플랜트 EPC 프로젝트는, 금액이 적게는 수억 불에서 수십억 불로 규모가 매우 크고, 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자재구매, 제작과 시공 그리고 시운전까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는 방대한 일입니다. 따라서, 단계마다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후속 단계에서 만회하기 어려울뿐더러 결국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로 귀결됩니다. 이렇게 중요한 단계마다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을 ‘매니지먼트’라고 합니다.
‘매니지먼트’하면 대부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Project Management)를 먼저 생각하기에 경영자들도 대부분 PM에만 관심을 둡니다. PM만 잘하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간과하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관심입니다. 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엔지니어링 또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못지않게 주요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매니지먼트의 역량에 따라 엔지니어링 결과가 달라집니다.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들의 역량은 무엇보다 ‘매니지먼트’입니다. 그들은 이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거나 언제든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살 수 있기에 기본설계 등 중요한 부분만 자신들이 직접 수행하고 상세설계부터 제작, 시공 등 대부분을 Outsourcing으로 비용을 절감합니다. 이렇게 각 업체들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능력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자원을 매니지먼트에 집중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계약자인 우리도 당연히 자신들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를 상대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매니저의 역할이 크지 않습니다. 특히 그들을 상대할 만한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 없다기보다는 거창하게 타이틀만 주어질 뿐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나 뒷받침할 조직조차 없어 홀로 그들을 상대하기에도 벅차게 만들어 놓고, 경영자나 실무자는 뒤에서 책임과 의무만 요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매니저로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플랜트 EPC 업체들이 늦게나마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을 키우겠다고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엔지니어링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시공이나 제조업 등 각 회사의 주력사업 마인드로 접근하면서 그럭저럭 엔지니어링의 겉모습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이 주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엔지니어링은 PM이나 시공 일부로 여겨질 수밖에 없어 여전히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 채 지금까지 온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들어서 엔지니어링 매니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링이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게 되고, 특히 이를 이끄는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머리’를 아는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렵게 쌓은 소중한 경험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갖추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매니지먼트는 ‘기술’보다는 ‘관리’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로서의 기본적인 능력은 물론 실무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매니저’를 하려면 ‘일머리’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5년 정도의 업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15년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략 3~4년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불과 서너 개 프로젝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발주처에서는 20년 이상 경험자를 매니저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단지 ‘고임금’이라는 이유만으로 경험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리를 떠나고 있습니다. 소중한 경험이 고스란히 사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플랜트 시장이 회복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는 이 업무를 수행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매니저로 세우고 보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라도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경영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PMBOK 등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책은 서점에서 여러 권 찾을 수 있었으나,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플랜트 산업에 뛰어든 지 어언 40여 년이나 되었고, 그동안 엔지니어링 매니저 업무를 하신 선배들도 많이 있을 터인데 아직 이 분야에 제대로 된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20여 년간의 저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회사마다, 각자 현장에서 매니저 업무를 하는 분들의 생각이 저와 다를 수 있음을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소중한 경험 또한 잘 정리되어 후배들에게 나누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이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의 경험과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달되기 위한 자료로서의 첫걸음이자 마중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준비하는 그 첫걸음이 '사람'이며, 그 중심은 ‘엔지니어링 매니저’라 확신합니다. '사람'은 누구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책을 쓰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이론보다는 경험 위주로 비교적 가볍게 쓰고자 했습니다. 플랜트 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되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실무 개념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혹시 플랜트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흐름 정도만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플랜트 산업이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PMBOK와 같은 서적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이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되기 위한 자료로서의 첫걸음이자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