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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Aug 10. 2018

04.  관리를 넘어 경영으로…

매니지먼트로의 전환

“한국 회사들의 관리 방식은 오일 메이저들과 많이 다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 관리자들이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관리만 하려고 하지 말고 프로젝트를 경영하라” 


우리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오일 메이저(엑슨모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유회사)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다양한 회사를 상대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한 오일 메이저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들어보는 것도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필자가 엔지니어링 매니저(EM)를 맡아 수행한 해양프로젝트가 있는데 우리 회사와 우리나라 해양플랜트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주처 매니저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발주처는 유럽의 오일 메이저 중 하나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큰 회사로서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회사들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라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는 천여 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내던 아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로 인해 프로젝트를 수행해오던 담당자들이 갑작스레 바뀌면서 업무 인수인계 등으로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각 오일메이저 본사에서도 우리 회사에 파견 근무 중인 조직을 통해 우리나라 플랜트 회사들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작심한 듯 약 한 시간 정도에 걸쳐 쏟아내는 날카로운 지적에 안타까움과 함께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일 메이저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 

“한국의 플랜트 산업에는 미래가 밝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로는 첫째, 중국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중국의 플랜트 기술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중국에 발주한 프로젝트를 보면 비용은 물론 납기나 품질 모두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고질적인 문제라고 알려진 납기와 품질 문제도 많이 좋아졌다. 우리가 관리만 잘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도 충분히 납기와 품질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중국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이다. 


둘째, 기술자들의 기량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은 숙련된 고 기능자가 많아 품질이 매우 좋았다. 고 기능자들이 은퇴를 해도 후배들에게 기술 전수가 잘 이루어져서 기술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비용은 조금 더 들더라도 품질을 중요시하는 오일 메이저들에게는 아주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격하게 바뀐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기술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퍼지면서 후배들이 더 이상 기술 배우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비용절감을 위해 실시한 대량해고는 나이가 많은 고 기능자 위주로 인력이 이탈되었고 결국 더 이상 기술 전수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셋째로 미숙한 관리를 들 수 있다.

프로젝트는 직접 실행하는 팀뿐 아니라 자재구매, 품질, 안전은 물론 시스템까지 매우 많은 부분에서 유기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부족한 인력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리 부재로 인한 프로젝트 손실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야근에 주말까지 일을 하느라 늘 피곤한 상태로 지낸다.

열심히 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의 문화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늘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하시나요?

에둘러 한국 기업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 대한 평가라는 것을 숨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를 볼 때 우리나라 플랜트 업계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양플랜트 야경 (미얀마해상) 



정말 우리의 관리 능력이 그렇게 부족할까? 

위 지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관리 부족’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다시 만나서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구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당신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프로젝트 전체를 이해하고 이끌어가는 전문가가 없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눈앞에 주어진 업무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불과 몇 개월 뒤나 생산 등 후속 공정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고 말 하지만 자신의 업무만 반복했을 뿐 실제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한 엔지니어가 드물다. 따라서 우리 엔지니어들과 대화가 잘 안 된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어떤 요구를 하면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묻기보다 우선 반대부터 하거나 안 되는 이유부터 설명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 엔지니어의 요구가 맞는다는 것을 알고 그제야 따르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가 버린다. 엔지니어들이 프로젝트를 멀리도 넓게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잘 알고 사전에 관리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권한이 없는 엔지니어들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운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들을 이끌어갈 만한 매니지먼트가 없다. 경험 있고 능력 있는 매니지먼트가 없으니 프로젝트가 한 방향으로 가지 못한다. 프로젝트 책임자가 누구인가? 프로젝트 매니저인가? 아니면 임원이라는 경영자인가? 권한을 가진 매니저는 경영자라는 이유로 프로젝트 뒤에서 권한만 행사하지 실제 프로젝트에 들어오지 않는다. 프로젝트에 들어온 매니저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이것이 정상인가?


단순히 관리만 하려고 하지말고 프로젝트를 경영하라. 이것이 매니지먼트이다.

한국 회사의 관리 방식은 오일 메이저들과 많이 다르다. 한국 회사들은 대체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 당장 할 일이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신속히 조치하는 강점은 있지만, 프로젝트 전체를 보면서 사전에 문제점을 예측하거나 이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약하다. 미리 준비하면 작은 일도 문제가 생긴 후에야 뒤처리하느라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공기와 품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한국 회사의 관리자들이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관리와 매니지먼트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단순히 관리만 하려고 하지 말고 프로젝트를 경영하라. 이것이 매니지먼트이다. 세계적인 회사들의 매니지먼트 방식을 보라. 바로 당신 눈 앞에 있는 우리회사만 봐도 느끼는 것이 많지 않은가?"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너무도 다른 세상을... 


'그렇다. 우리도 이제는 단순한 관리가 아닌 경영 즉, 매니지먼트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링부터...’ 


나 스스로 먼저 변하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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