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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Nov 27. 2018

들어가면서...

[01] 대한민국 화공플랜트 산업의 오늘

2014년 말

세계 빅 3로 불리는 우리나라 대형 조선 3사의 대규모 적자를 알리는 긴급 뉴스는 우리 조선업계는 물론 국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고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전 몇 년 동안 회사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수주와 수천억 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조선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수식어로 온통 지면을 장식하던 해양플랜트가 적자의 주범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양플랜트에서 촉발된 문제는 곧바로 육상플랜트로 옮겨져, 대형 건설회사들 역시 수조 원대에 이르는 중동발 프로젝트 '공사 미청구 금액'이 전부 손실로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로 나타났고, 일부는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이는 결국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수만 명의 인력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진행 중입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세계 경기 불황과 오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신규 프로젝트 발주 지연 등 외적인 변수와 함께, 업체 간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저가 입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특히 설계능력 부족과 함께 수행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대량 수주가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마치 그동안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을 한 것처럼 온갖 비난과 함께 플랜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 무능력한 집단으로 취급받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해 현업에 종사하는 당사자로서 아쉬움이 많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이니 더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것은 여기를 참조하세요)



'위험' 산업으로 경고가 내려진 플랜트 산업



그렇다면 이미 지난 일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육상플랜트와 해양플랜트가 처한 환경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먼저, 육상플랜트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육상플랜트는 원가가 대략 30불 내외로 유가가 50불 이하에서도 발주는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16년도에만 잠시 주춤할 뿐 곧바로 예년 수준의 프로젝트가 입찰을 진행 중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좋은 자료가 있어 소개합니다. '조성환의 플랜트 건설 이야기' 참조)


하지만 우리나라 업체들은 수익성을 고려하여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건설업계의 현실을 볼 때 예전처럼 적자를 무릅쓰고 수주하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삼성엔지니어링이 2017년부터 꾸준히 수주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가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해양플랜트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최근 들어서 세계 경기의 회복과 맞물려 유가가 70불 이상으로 오르면서 일부 신규 프로젝트의 입찰이 재개되었지만, 이마저도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국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싱가포르 회사의 저가 공세에 연달아 고배를 마시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수주가 유력하다고 생각했던 로즈뱅크와 블록 비 프로젝트마저 업체 선정이 미루어지면서 아직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 10월, 현대중공업에서 King’s Quay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모두가 경쟁업체들의 저임금에 주목하면서, 현재의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임금으로는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더는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맞물려 조선업계는 또 한 번의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에 이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의 사기가 한마디로 바닥에 이르렀습니다.


아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플랜트산업



한때는  중동시장에서 플랜트 시장의 강자로 인정받던 대한민국의 건설회사.
 명품 선박으로 세계 조선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대한민국의 조선산업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앞서 언급한 전문가의 진단이 외부인의 시각이라면, 업계에 종사하는 당사자의 눈에 비친 문제점을 찾아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업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내놓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이상적인 내용일 수도 있을 것이며, 일부 민감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개인의 경험을 바탕에 둔 내용이기에 관점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한 번쯤 돌아볼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나누고자 합니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저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가볍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탈조선', '탈건설'이라는,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탈 플랜트'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있는 요즘, 만일 이 글에서 조금이라도 아픔을 느낀다면, 아직 이 산업에 애정을 가진 분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도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이야기를 내어놓습니다.

'꿈을 꾸는 자유'를 누리며...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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