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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Jan 20. 2019

매니지먼트

[03] 우리에게 매니지먼트의 의미는?

본 내용은 지난 1월18일, 한국플랜트정보기술협회에서 실시한 플랜트 조선 컨퍼런스 2019 에서 발표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입니다. 발표내용은 CAD&Graphics 2019년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익, 즉 돈을 남길 수 있을까요?

이익을 남기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EPC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익을 봤다는 회사를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위기로 왔을 것입니다. 오늘은 비용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계약금(수주) - 비용 +  C/O = 이익 


이익률을 높이려면 계약금액은 올리고 비용은 낮추면 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수행 중에 각종 변경사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액(C/O, Change Order)을 많이 받으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계약금액을 올리면 수주가 어렵고, C/O를 받는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면 남은 것 하나 즉, 비용 줄이는 것만 남는데, 과연 비용 줄이는 것은 가능한가요?

계약금액과 C/O는 남의 손에 있는 것을 가져와야 하기에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내 손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컨트롤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 비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은 다시 말하면 예산으로, 크게 자재비, 노무비(인건비) 그리고 경비로 구성되고 집행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해를 위해 필수 비용 + 불필요 비용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필수비용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고, 불 필요 비용은 말 그대로 예산에 없는 비용이 추가로 사용된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예상치 못하게 새는 돈입니다.


이 글을 관심 있게 읽는 분이라면 대부분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필수적인 비용 이외에 얼마나 많은 돈이 눈 앞에서 새는지..


돈이 줄줄 새는 경우만 나열해보겠습니다.

설계 이중 작업, 납기 지연으로 인한 항공운송비용, 입고된 자재의 불량으로 인한 수정 비용, 설계 오작, 현장 대기시간, 업체 감독 소홀로 인한 인력 소모 등…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늘 일어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대부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관리했더라면, 조금만 더 사람을 투입했더라면...

새는 돈을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요.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수주금액이 아무리 높아도 이익은 그중 일부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10,000원에 수주해서 10% 이익이라 해도 1,000원 남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새는 돈은 어떻습니까? 볼트 하나에 문제가 생겨서 새로 구매한다면 그 금액만큼 고스란히 이익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볼트가 10원이라고 한다면, 100원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잘 수행해서 10% 이익을 남겨야만 하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새는 돈을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값에 수주하거나 발주처를 설득해서 C/O를 받아내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실력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데다가 새는 돈을 막는 것도 실력인데 이마저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을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잘할 생각 하지 말고 새는 돈 막자’입니다. 제30년 경험상 EPC 프로젝트는 계약금액을 올리거나 C/O를 받아서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닙니다. 바로 새는 돈, 즉, 낭비되는 것만 막아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앞서 이야기한, 돈이 줄줄 새는 경우 중에서 앞서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요. 프로젝트에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조금만 앞서 챙기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아실 것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십시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즉, 입찰 때부터 미리 전략을 짜고, 효과적인 자원과 조직을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두말할 필요 없겠지요. 불필요한 비용이 정말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 역할이 매니지먼트, 즉 Project Manager, Engineering Manager, Procurement manager, Construction Manager, Commissioning Manager, Quality Manager 바로 이분들의 역할이고, 지금 우리 현장에는 이 역할을 잘하는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것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나 일반 관리자와는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EPC 업계의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매니지먼트 실력입니다. 엔지니어들의 역량에 비하면 매니지먼트 기능은 사실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입니다. 업계에 근무하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엔지니어의 역량 부족보다 더 심각한 것이 매니지먼트 부재라는 것을…. 우리 업계가 정말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 바로 ‘매니지먼트 능력’입니다.


EPC 프로젝트는 최소 수억 불에서 수십억 불에 이르는 큰 공사입니다. 이에 걸맞은 매니저 즉, 기술과 경험과 두루 갖춘 실력 있는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매니지먼트는 이론이 아닙니다. 경험입니다.





현업에서는 매니저를 어떻게 선정할까요?

프로젝트 매니저이든 엔지니어링 매니저이든 자신의 업무를 잘한다 싶으면 불러서 임무를 맡기지는 않았을까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으신 분들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고 프로젝트나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무엇인지,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윗분들에게 낙점(?) 당해 프로젝트를 맡아 힘들어하시지는 않을까요? (저도 제 생각이 틀렸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물론 이렇게 선임된 분 중에도 분영 잘하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 일 뿐입니다. 일부에 가려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EPC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매니지먼트를 선정하는 데 있어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안됩니다. 회사는 조직과 시스템으로 일하는 것이지 개인의 능력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은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다가 뭔가 잘못되면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치부합니다. 일부의 능력을 가리키며 '왜 누구처럼 잘하지 못하느냐?'라고 질책하는 경영자가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무능함을 나타내는 것일 뿐입니다.


예전, 아니 오래전부터 '인재 양성'에 대해 경영자로 부터 수없이 지시와 훈계를 들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지난 30여 년간 가장 많이 듣고 지시받은 것 중의 하나가 '인재 양성', '후배 양성'입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내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저 허공을 맴도는 구호로만, 영혼 없는 지시로만 여겼을 뿐입니다.


매니지먼트의 양성 없이 EPC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익을 낸다는 것은 몽상일 뿐입니다.

현실을 부정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속으로 계속 곪아갈 뿐입니다. 지시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화려한 보고서만 난무할 뿐입니다. 경영자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강력한 실행이 뒷받침 되어야먄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부족한 점을 철저히 찾아내고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정도 이유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EPC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기능은 '제로'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매니지먼트의 실상을 확인하는 한 가지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실무를 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단, 단, 단, 진지하게...

방법이 나올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매니지먼트가 어떤 것인지를...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합니다. 지시가 아닌 경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프로젝트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일 머리를 아는 한 사람이 프로젝트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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