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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경 Dec 24. 2018

꿈을 꾸는데
타인의 말이 자꾸 신경 쓰여요.

 어릴 적부터 저의 꿈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주하는 어른이 “커서 뭐 하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문학가’라고 얘기했죠. 이 꿈을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저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던 나는 또래를 만날 기회는 적었고, 집에서 가지고 놀 장난감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아빠의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입니다.


 아빠의 꿈은 등단 시인이었습니다. 자녀 넷을 기르고 시골의 맏아들이었던 그는 자신의 꿈을 책꽂이에 감춰 놨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일까... 다 읽어 내린 책만 있는 아빠의 책꽂이에서 표지가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낼 때까지, 아빠의 꿈은 궁금하지도, 알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노트를 펼치는 순간 아빠는 등단 시인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는 한 사람으로 다가왔습니다. 2교대 격무에 힘든 일상 속에서도 아빠의 감성은 글을 쓰게 했고, 신춘문예 기간이면 우체국을 찾았고, 그리고 한동안 실의에 빠졌고, 언젠가부터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일까요. 나의 꿈이 ‘문학가’로 확정된 것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의 글이 활자가 되는 순간을 꿈꾸게 된 것은. 

 이루어지지 않은 아빠의 꿈을 내가 이루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기억은 바래지고 세월이 지나면서 윤색되기 마련입니다. 그럼, 그렇다고 하죠. 그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부터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머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세 가지 형태로 반응하곤 했습니다.      

 

1. 직업상담사형 

  “너는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았으니 글을 쓰고 싶다면 문예창작과를 다시 가는 게 어때?” 


 2. 현실주의형 

  “너 지금 하는 강사도 괜찮잖아. 지금 하는 거나 열심히 해라. 내일 강의안은 만들었니?”


 3. 파이팅형 

  “그래! 너는 톡을 보내는 것만 봐도 감성적이야. 꼭 될 수 있을 거야. 파이팅!”     


 하지만, 그 누구도 왜 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그 꿈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꿈이 이루어졌을 때 너는 어떤 모습일지 진지하게 얘기하려 하진 않았습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 나의 꿈이 대화의 주제가 된 적도 없었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는 순간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불안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던 이도, 주변인의 가십거리로 매끄럽게 넘어가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꿈은 형체 없이, 만나지 못하지만 언젠가 만날 수도 있는 펜팔 친구처럼 내 삶의 이면에 늘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꿈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쫀쫀하게 짜인 스토리는 아니지만 얼기설기 주워 담은 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소설을 써도 좋겠다며 마음을 담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똑같지는 않지만 책을 쓰는 것이 꿈이었다며 함께 책을 내보자고 손 내미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유레카!  

   

 꿈을 꾸는데 자꾸 타인의 부정적인 말이나 반응이 신경 쓰이나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 꿈을 이야기할 당시의 나도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니 타인이 느끼기에는 ‘허황된 얘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이제야 듭니다.      


 나의 꿈을 듣고도 기억하지 못할 타인의 한 마디, 타인의 표정에 우리는 이제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꿈을 계속 얘기하는 것은 멈추지 말아야 해요. 

 당신도 나처럼 꿈을 지지하고, 함께 이룰 방향성을 찾는 꿈 편을 찾아야 하잖아요. 

 꿈 편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은 늦가을 떨어진 낙엽처럼 버석거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꿈 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갑자기 커밍아웃하듯이 꿈에 대해서 늘어놓을 수도 없고, 술자리에서 나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의 꿈 편이 되어 드리려고 합니다. 


 변함없는 일상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당신을 위한 공간이에요. 

 우선, 당신이 스스로의 꿈 편이 되어, 당신의 꿈에 대해 적어보세요. 

 

 글은 신비한 마력이 있어서 쓰는 당신의 간절한 마음까지 담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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