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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꽃향기 김달희 Sep 30. 2016

친구라는 이름

까똑~


점심시간이 다가올 즈음 날아온 한 통의 카톡문자

"같이 점심 먹을까?"

'아뿔싸, 오늘따라 야채와 달걀을 섞어 속을 만든 토스트를 도시락으로 싸 왔는데......'

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응, 그래!"라고 답을 보냈다.


혁신도시에 개발의 바람이 불자 아파트며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고 거리는 계획된 대로 이쁘게 자리를 잡아간다.

대형몰도 기세에 가담하여 개장을 했다.


강산이 세번 변하고도 삼년을 넘기는 시점,

대학  친구들은 이제 절친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의 도시에서 산 지도 강산이 세번 변하고 또 삼년을 넘기고 있다.

그 친구들 다섯명 중 두 친구가 대형몰 구경을 온 것이다.

다른날 같으면 미리 약속도 하고 따로 만남의 작은 절차를 밟고 만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날은 두 친구만의 약속이 있었고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시간을 내어  L몰을 구경온 차 나에게 점심을 먹자고 한 것이다.


대형몰에서의 전문식당가는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넘쳐났다. 우리는 즉석으로 소박한 점심식사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는 지하 식품판매부의 진열된 음식을 고르고 점심으로 먹기에 적당한 것들, 이름도 이상한 마약김밥, 달짝지끈한 유부김밥, 나신의 새우를 올려 튀긴 새우튀김, 몸에 좋은 버섯튀김, 오뎅국, 그리고 양장피를 사서 그 자리에서 계산을 하고 준비된 자리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만약, 가족이나 조금 어려운 사람과 함께 와서 밥을 먹는다면 나름 대접하듯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소박하고 편하게 시장같은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친구이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기쁘고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나고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 중에 나 혼자 내년에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걷겠다고 하니 한 친구가

"너와 나는 외국에서 먹히는 얼굴이라 혼자 가면 절대로 안 된다"며 가지 말라고 했다.

친구 덕분에 외국에서 먹히는 얼굴이 어떤 얼굴인지 알게 되었다며 박장대소 하며 웃었다.

주어진 점심시간이 영원하면 좋겠지만 나는 또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친구들은 몰 구경을 해야하는 차후의 일이 있으니 그곳에 남고 나는 직장으로 돌아왔다.


오늘 점심 시간의 산책은 생략되어 아쉬웠지만 급작스런 친구의 방문에 하루쯤의 땡땡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한편, 유머가 늘 장착되어 있는 친구는 자기들이 올 때는 절대 산책 하지 말라고 또 한마디 웃음을 날려준다.

그리고 예상치 않은 친구들의 방문에 오늘은 다른날 보다 엔돌핀이 상승한 점심시간을 보냈고 나머지 오후시간은 더욱 더 가뿐하게

보낼 수 있어서 기분도 좋고 감사했다.


이렇듯 친구라는 존재는 작은 것으로도 기쁨을 나누며 웃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세상에 만약 친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며 우울할까를 생각해본다.


나는 여러모로 복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보약 같은 친구가 있으며 가까이서 웃음과 눈물을 나눌 수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따스하고 향기나는 보물같은 친구가 되고 싶고 또 그런 친구로 남고 싶다.


문득,

친구를 생각하며 짧은 시 한편을 적어본다.


ㅡ 친구 ㅡ

친구라고 불러보면

입 속에 맑은 향기가 넘쳐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어떤 것도 계산하지 않는

순수의  결정체


친구라는 이름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솟는

영원한  보물덩어리

친구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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