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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꽃향기 김달희 Sep 26. 2016

오수 삼매경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자주 먹는 김밥 한 줄의 점심식사가 끝나면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들고 산책길에 나선다.

언제나처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걸으면서 오늘은 낯선 풍경을 만났다.


도저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장면을 포착했다.


살면서 이토록 평온한 광경을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목줄도 없는 개 두마리(품종은 진돗개 정도)가 인적없는 벤치 앞 바닥에서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자세로 잠을 자고 있다.(아마도 벤치 위에 못 올라간 것 같다 ㅋㅋㅋ)


처음엔 나의 발소리에 뒷 쪽의 작은개가 고개를 들고 흡사 사람이 잠에 취해 비몽사몽하는 듯한 얼굴로 잠깐 쳐다보더니 그대로 곯아 떨어진다.

얼마나 우습고 이해불가한 모습인지 한참을 서서 구경하다가 사진을 찍었다.


한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이 오니 말들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에 개들도 살찌고 늘어지는 계절인가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모습 어찌나 평화로운지 감히 깰까 걱정되어 조심조심 걸어간다.


개들도 불면이 있을까!

내가 아는 그녀의 불면증이 오버랩 된다.

'그녀도 저럴 수 있다면 흰 알약은 지구밖으로 몽땅 던져버릴 수 있겠지'


아무런 걱정없는 "개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새삼 생각나서 살짜기 웃음지며 정오의 가을 산책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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