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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Mar 31. 2021

글 쓰는 건 어렵지만 댓글 다는 건 쉬워

#1

 요즘,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열면 멍하니 빈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분명 전날 밤 잠에 들기 전까지는 '난 천재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글감들이 떠오르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보면 다른 작가님들의 글들을 눌러본다.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들의 , 브런치 메인에 노출된 , 브런치 나우에 올라오는 글들을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어떻게 다른 작가님들은 흥미로운 양질의 글들을 쓰셨을까. 다른 글들을 읽을 때마다 처절한 좌절을 맛본다.


 나는 종종 읽었던 글에 댓글을 쓰곤 한다.  글을  때에는 그렇게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니, 댓글은  그렇게 쓰고 싶은 문장들이 많은 걸까..? 보통 네다섯  정도의 댓글을 쓰는데, 어느 글에는   이상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글을 그렇게 썼으면 이미 책이 두세 권은 충분히 나왔을 텐데.


#2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것은 내 글을 쓰는 것에 비해 쉬울 수 있다. 미리 제공된 글에 대한 내 감상이며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주는 안도감으로 마음 편히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댓글을 다는 것과 내 글을 쓰는 것이 어떻게 다를 수 있냐는 반문을 해본다. 제공된 글에 대한 짧은 감상이라고 하더라도 내 생각이 들어가고,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댓글을 전달하고 싶은 '글쓴이'라는 확실한 독자가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그 둘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내가 댓글을 쓰는 걸 더 쉽고 편히 여긴다는 것이다. 댓글을 작성할 때 드는 시간은 글을 쓰는 시간에 비하면 백분의 일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쓴이'라는 특정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인 동시에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크게 내 댓글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막연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여러 글들을 보며 댓글을 다느라 정작 내 글 한편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글로 남겨본다. 이렇게라도 내 글을 써야 한다고 다시 한번 따끔한 충고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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