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넋두리

by Mircea

나무의 넋두리


임정훈


불쑥 찾아온 너에게서

슬픈 내 얼굴을 마주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땅 속 깊이 뿌리 박힌 나무가 되어

시간과 중력을 허락한다


수많은 네 그림자들은

내 온몸을 긁고, 할퀴고, 찌르고

나는 그들을 끌어안는다


네 것들이

하나 둘 내 것이 된다

그렇게 나는 네가 된다


한결 가벼워진 너는

짤막한 인사를 건네고

저 멀리 사라진다


아무렇지 않은 오후

별 일 없는 나는

가진 게 많아

이른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