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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Apr 04. 2021

나무의 넋두리

나무의 넋두리


                                   임정훈 


불쑥 찾아온 너에게서 

슬픈 내 얼굴을 마주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땅 속 깊이 뿌리 박힌 나무가 되어 

시간과 중력을 허락한다


수많은 네 그림자들은 

내 온몸을 긁고, 할퀴고, 찌르고 

나는 그들을 끌어안는다 


네 것들이  

하나 둘 내 것이 된다 

그렇게 나는 네가 된다 


한결 가벼워진 너는 

짤막한 인사를 건네고 

저 멀리 사라진다 


아무렇지 않은 오후 

별 일 없는 나는 

가진 게 많아 

이른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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