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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Apr 04. 2021

덤덤

덤덤


                                                    임정훈


뭉툭해진 연필로 쓴 글

선명하지 않은 글자

굵은 활자의 속은 비어있다


전하지 못할 편지

차곡차곡 접어

먹기만 하는 서랍에게 준다


창밖에 내리는 비

한 줌의 모래를 적시지도 못할 빗방울

어느새 온 땅을 적셔놓았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

수 백개의 채널을 돌린다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보지 못한다


침대 위에 잠든 전화기

지금은 잘 생각이 없으니

온종일 쳐다보지 않는다


내어줄 공간이 없으니

오늘 밤엔 꿈을 꾸지 않아야지

아니, 꿈조차 허락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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