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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Feb 11. 2021

Inter: view

Epilogue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한 다는 것


 이 책을 쓰면서 꽤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서른 세명, 당초 예상했던 열다섯 명의 인터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인터뷰 한 셈이다. 에피소드에 나오지 않은 분들도 모두 각자의 고민과 걱정이 있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삶과 행복의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몰랐던 이야기들이 더 많았고,  첫 책이기 때문에, 많이 서툴고 부족하지만 나를 믿고 인터뷰에 응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 그들의 삶과 일상을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순 없지만,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소중하다. 모두에게 그만큼의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을 썼다.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듯,
타인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삶이 근본적으로 외로운 것이 이것 때문 아닐까.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
정말 완전치는 않아도 나를 깊게 이해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 유시민 작가

 

 예전에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가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말했던 내용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깊이 공감되어 메모장에 기록했던 글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한 타인의 모습이 '그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곤 하며, 이와 동시에 사람은 자신이 이해했던 타인의 모습을 다른 상황에서도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내가 이해했던 같은 사람도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정말 완전치는 않아도 서로를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큰 무리 없이 이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온 마음을 다해서 이해하려고 했던 나 자신도 조금은 덜 외로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인터뷰이들은 모두 가족, 친구, 지인들로 선정되었다. 언론과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유명하고 특출 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알지 못할뿐더러, 그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이미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가장 보통의 존재들이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원했다. 이 책의 각 에피소드는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마치 내 옆사람의 이야기로 이 글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펼친 그대에게

 어쩌면 누군가는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작품이 신인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력이나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작품이 아닌 것에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이 새로 데뷔하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임정훈'이라는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생각과 시선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Inter: view


 얼마 전, 책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심플하게 'Interview'를 추천받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어원인 '서로를 바라보다'라는 의미에서 'Inter: view'로 책 제목을 결정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제껏 누군가의 속 마음을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서 이해하려 노력한 적이 없었다. 그들의 내면을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조금씩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들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려 노력하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유쾌하고 행복했고, 때로는 슬프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시간에는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을 생략해야 하는 동시에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생동감 있게 글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 순간, 문장 하나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혹여 내 글로 인해 그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다른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인터뷰보다 글을 쓰는 과정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그러한 퇴고를 몇 번이나 거쳤기 때문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첫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가장 기대했던 것은 인터뷰 프로젝트 이후의 내 마음가짐이었다. 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주변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과 서운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의심을 떨쳐낼 수 있기를,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정작 인터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에게 찾아온 변화였다.


 단 한 번의 인터뷰가 누군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걸려온 전화를 통해, 글을 마무리하며 인터뷰이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안부를 전하는 시간을 통해 그들로부터 전해지는 말들은 놀라웠다. 작게는 너무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매일 조그마한 행복들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감사 인사부터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지하게 마주할 용기를 조금 내보려고 한다는 말,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분도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내가 그들의 내면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 만큼, 그들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마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작은 인터뷰가
조금은 멋지고 대담한 날갯짓을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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