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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Feb 08. 2021

Self-interview

Special episode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많은 사람들로부터 셀프 인터뷰를 추천받았다. 그래서 셀프 인터뷰를 마지막 에피소드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셀프 인터뷰를 하려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취미가 뭐예요?' 등의 질문을 던지고 있자니 민망함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래서 인터뷰 프로젝트에 응해주었던 C의 도움을 받아 셀프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와 음악 그리고 여행

 누군가 내게 자기소개를 요청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시와 음악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내 삶은 그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수업에서 부모님과 관련된 시를 지었는데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너무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칭찬해주셨던 것을 계기로 '나는 시인이 될 거야'라며 지금까지 시를 쓰는 것으로 이어졌다. 초, 중, 고교 시절 장래희망란에는 늘 두 가지 직업이 적혀있었다. 하나는 시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늘 부모님이 알려주신 교수, 변호사, 검사를 적었다. 시를 지어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은 거의 없지만, 내 감정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을 때마다 내 감정과 생각을 시에 담았다. 내게 시는 표현에 서툰 나를 대신해 내 마음을 전해주는 감정의 대리인이 되었다.


초등학생 때 자작시에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코멘트

 음악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이미 좋아했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자주색 세피아를 타면 늘 김종환, 조관우의 테이프를 틀어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심지어 유치원을 다닐 때, 친구들 앞에서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부르기도 했다. 늘 집에는 빳빳한 갈색 종이로 된 악보가 있었고, 그 악보에 나온 가사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음악을 들을 때에는 꼭 가사를 읽어본다. 새로운 곡은 인터넷에서 곡정보를 확인하며, 음악에 쓰인 악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가사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이런 습관을 알고 있는 뮤지션 Y는 나와 같은 사람을 '액티브 리스너'라고 부른다고 하기도 했다. 나는 30개가 넘는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해놓고 다닌다. 다양한 장르르 분류해놓았기 때문도 있지만,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들과 맞닿아 있는 곡들을 주로 저장해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플레이리스트의 대부분의 이름은 날짜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는 그 날짜와 시간만 보고도 어떤 감정과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스페인 여행 중, 스웨덴 사진작가가 몰래 찍어 선물해준 필름 사진

 마지막으로 여행은 20살이 되어어서야 처음으로 경험해 본 분야다. 사실,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훨씬 더 오래 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고 그것들을 실천해나가면서 하나씩 마무리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에도 목적지만 생각하고, 그 과정의 일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목적지도 없이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한다. 여행은 내게 늘 우연과 인연을 선물한다. 우연히 겪게 되는 특별한 일들과 낯선 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나로 하여금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준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의 내 여행들도 낯섦이 주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즐거움으로 가득할 것 같다. 



인생 영화 <Nell> (1994)
영화 'Nell' 포스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라고 한다면, 그 기준점은 영화 <Nell>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문명 세상과 단절된 채, 인적 없는 어느 숲 속의 외딴 통나무집에서 살고 있는 '넬'과 그녀를 문명세계로 안내하려고 하는 시골 의사 '제롬 러벨'과 심리학자'폴라 올센'의 이야기이다. <Nell>은 서로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Nell>은 내 삶의 태도를 변화시켜주었다. 이전의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을 굉장히 불편한 일로 여겼고, 때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많은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나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번 더 그러한 삶의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혹시,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을 내어 한 번쯤은 꼭 보기를 추천한다. 



 내게 꿈이라는 건 항상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 같은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직업들을 꿈이라고 말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만약, 누군가 내게 미래에 하고 싶은 직업을 물어본다면 아마 10개는 넘게 대답할 것 같다. 하지만, 꿈을 물어본다면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나의 행복 그리고 나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함께 행복한 삶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다. 머릿속에 그려온 내 삶의 모습을 표현해보면, 아마 나는 그때에도 시와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고, 그들에게 내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집 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 미안함을 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그 장면이 언젠가 그곳에 있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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