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죽공예를 수업으로 해봐 말아?
일단 자투리 가죽은 잔뜩 있다. 똑딱이 단추를 달 수 있는 수동 스냅기도 있다. 라이터로 그슬리면 본드가 녹으면서 자기들끼리 엉겨붙는 비니모도 녹색하고 검정색을 사 놓았다. 목요일에 수업을 하려면 당장 스물 네 명 분으로 가죽을 잘라 놔야 하고, 걔네한테 본드를 칠하고 바늘 통과할 구멍을 뚫으라고 하는 건 원숭이한테 카레를 끓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내가 다 뚫어야겠지. 아이고.. 내가 나 죽을 구멍 파고 들어가는 것 같은데..
실과시간이 당장 목요일부터인데 생각이 떠오른 건 월요일이다. 잘하는 짓이다 진짜. 신규 땐 이쯤 되면 수업준비를 한달 전부터 잘할 줄 알았지. 실과 수업을 뒤로 미뤄버릴까. 아니면 고이고이 접어두고 편하게 이론수업으로만 끝낼까.. 안 그래도 벌려 놓은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
2. 전학생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1반 최고 미남의 자리가 바뀌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여자애 하나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다. 5층 복도에 잘생긴 전학생이 왔다고 소문이 쫙 돌았다나. 나는 입조심을 해야 되는데 뭐 물어보러 온 애한테 "야 네가 우리 반에서 최고로 잘생겼다." 하고 말았다. 애는 펄펄 뛰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자기 못생겼다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은근히 즐긴다 얘. 펄펄 뛰는데 눈이 웃고 있구만 뭘. 즐거워 죽으려고 한다.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다.
"샘 ㅇㅇ이가 머리 자르고 오니까 우리반 남자애들이 오징어같이 보여요."
"아 시끄러. 우리 반 남자애들이 6학년 전체에서 가장 잘생겼거든."
3. 풍차돌리기
우리 반 애들은 대체로 부끄러움을 모른다. 전교 회장인 여자애는 점심시간에 교실 한복판에서 수준급의 걸그룹 댄스를 선보인다. 전교 부회장인 남자애는 어정쩡하게 스텝 비슷한 걸 밟는데 그게 뭔 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건 다 괜찮다. 어디서든 외향형 e는 꺄르르 꺄르르 웃고 춤추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우리 반 애들은 외향형이 유독 많이들 들어와서 나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를 뱉어내니까. 그런데 조용조용 열심열심 깨알같이 필기를 하던 여자애 하나가, 분명 아주 얌전한 줄 알았던 여자애 하나가 점심시간에 소매에서 팔을 절반 정도 뺀 상태로, 빈 옷소매를 풍차처럼 펄러럭 펄럭 휘날리며 깽깽이로 콩콩 뛰면서 온 반 안을 휘젓고 다니닫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게 뭔 의미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뭐하니 너?"
"하하하"
업무 하나를 번갯불에 콩 꾸워먹듯 처리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여즉 그러고 있더라. 펄럭펄럭펄럭펄럭 코콩코콩코콩코콩코콩
애를 좀 눈여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