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들과 경찰

by 라라

학교에서는 이야기하기에 어려운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어떤 것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인지, 어떤 것은 아닌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를 상대하고 관리자와 소통하는 순간 순간이 마치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기우뚱 기우뚱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발을 잘못 딛는 순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기막히게 균형을 잘 잡는다고 해도 운 나쁘게 바람을 맞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내 팔자인 거다.


A교사가 아동 학대 신고를 했다.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다. 정황만 보여도 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나 징계가 주어진다. 해당 학생의 담임 교사에게 경찰 여럿이 찾아왔다. 교실에 들어와 진술서를 받아갔다. 쓰는 동안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어서 손가락이 후들후들 떨리더란다.


학부모의 문자+전화는 저녁 6시쯤부터 시작됐다.

선생님이 신고를 했으니 가만 안 있겠다. 교육청에 신고 때릴 테니 두고 봐라. 각오해라. 담임이 신고했다고 경찰한테서 직접 들었단다. 검색해보니 아동 학대 신고의 경우 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으며 비밀이 보장된다고 했다.


경찰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없다. 어찌어찌 지방 경찰서에 연락하니 자기와는 관련 없다며,

'왜 신원 노출하지 말라고 얘기 안 했어요?안 그랬으니 얘기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서 웃긴 건, 신고를 한 교사 A와 담임교사 B는 완전히 별개의 인물이라는 거다. 이왕 신원 노출을 할 거면 제대로나 좀 얘기하지. 결국 연락이 닿은 수사팀에서는 그런다.


'어차피 우리가 얘기 안해도 다 눈치 까요. 교사가 신고 의무자니까 교사가 했겠거니 할 거 아닙니까. 우리도 사실상 신고가 어떤 정황으로 들어왔는지 얘기 안하고는 수사를 못 해요.'


아버지가 교문에서 톱 들고 기다리고, 신고한 교사는 뒷문으로 돌아 도망친다. 물론 나름의 힘든 점들이 다들 있다지만 초등학교만큼 인권의 사각지대인 곳이 있을까.


더 우스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를 좋아한다는 거다. 분 매초마다 갑과 을이 뒤섞이는 곳이지만, 내가 옳은 판단을 한 걸까 스스로 발을 걸어 버린 건가 겁먹고 떨면서도.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허울 좋은 열정 페이도 그냥 괜찮다고 고개 끄덕이게 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안에 사랑이 있는 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그래도 정년은 못 채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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