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by 라라

담임교사를 하다 보면 옆 반 선생님과 미묘하게 경쟁이 붙는다. 옆반에서 재미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유독 애들의 웃음소리가 크다 싶으면 괜히 불안해지는 것. 옆반 줄은 조용한데 우리 애들만 시끄럽게 떠들면 부끄럽고 짜증이 나는 것. 다른 반 선생님이 우리 애를 야단치면 괜히 눈 한 번 흘기게 되는 것. 뭐 이런 건 착하고 귀여운 수준이다.


반마다 한둘씩 있는 '큰 별'들, 일명 금쪽이들이 날마다 일으키는 사건 사고들로도 우리는 서로를 은근히 비교하고 흠을 잡는다. 어느 학급이 잘 돌아간다 싶으면 '그 샘 운 좋아서 좋은 애들 뽑았네.' 한다. 안 좋으면, '애들 관리 참 못 하네.' 학폭위가 열린다든가 어느 반 금쪽이가 의자를 던졌다든가 하는 안 좋은 소문은 또 기막히게 빨리 잘 돈다.


학급의 아이들 성정이 어떻게 다 똑같고, 가르치는 담임 교사의 역량이든 카리스마든 어떻게 차이가 안 나겠느냐만은, 가끔씩은 노예들 쇠사슬 자랑인 것 같아 좀 우습다. (어떻게 교사가 자기 하는 일을 노예라고 비하해! 라고 묻는다면 ^^ 원래 고대부터 교사는 노예가 하는 일이었다.)


사건 사고 소식을 들으면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다음부터 미묘한 우월감이 찾아든다. '내가 학급 관리를 꽤 하나 봐. 그런 일은 없는 걸 보니.' 그런데 어차피 사건 사고는 러시안 룰렛이다. 그 사람이 겪은 것 내게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민원이든 소송이든 학교가 막아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개인이 다 감당해야 한다.


예전에 시험지 채점에서 빨간 줄을 찍 긋는 게 기분 나쁘다고 민원을 넣었다던 학부모님이 생각난다. 교직원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야단을 치며 그런 게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 별표나 동글뱅이를 사용하라던 관리자의 말은 둘째치고, 민원 받은 선생님의 학급 경영 방식을 은근히 흉보던 한 나이 지긋한 선생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교사는 죽어라고 단합이 안 되는 집단이라고들 하더라. 하지만 집단의 문화가 어떻게 모두 개인의 잘못일 수 있을까. 톱니바퀴가 문제 없이 굴러가려면 그 사이의 빈틈이 잘 마감되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그 사이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게 개인의 자책과 비교인 탓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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