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또 캠핑을 다녀왔다
제목을 이렇게 적어놓아 캠핑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 같지만 그건 아니다.
효율성을 몹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돈이 적게 드는 것도, 몸이 편한 것도 아닌 캠핑을 택할 때는 나름의 분명한 동기가 필요하다.
요즘은 날씨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가득 채워지는 것 같은 하늘과 바람이 나를 야외에 머물도록 한다.
완벽하게 좋은 날씨에 선선한 바람을 마시며 숨 쉴 수 있는 날이 인생에서 많지 않겠구나. 를 이런저런 기후변화로 몸소 느끼고 있는 만큼, 좋은 날씨 앞에서 게으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캠핑장비를 처음 구매할 때 사용빈도를 걱정했는데, 걱정과 달리 예상보다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
빅사이즈 원터치 텐트에서 에어텐트로 넘어왔는데, 텐트를 펼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아 비교적 부담 없이 캠핑을 떠날 수 있다.
물론 귀찮은 과정인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더운 날, 혹은 추운 날 노력 대비 짧은 시간 안에 꽤나 훌륭한 집 같은 텐트가 완성된다.
갑자기 빈 공간에 내 집 하나가 생긴 것 같은 느낌에 텐트를 완성하고 나면 기분이 아주 좋다.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시기에, 이렇게 또 하루 머물 공간이 생겼구나 싶어서 괜히 뿌듯하다.
텐트 설치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거나, 텐트를 설치하면서 캠핑 시작 전에 힘이 빠져버리면 어쩌나 고민된다면 에어텐트를 굉장히 추천한다.
가격이 조금 진입장벽이긴 하지만, 바람 몇 번 넣어주면 휘리릭 완성되는 모습을 캠핑장에서 볼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을 테니.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 가져온 음식을 하나씩 구워 먹으면 뭐랄까, 일상에 집중하는 느낌이 든다.
21세기라서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라면 해오던 일에 비로소 집중해보는 기분.
이게 수많은 불편함과, 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캠핑을 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먹고, 사는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묵인하며 지나온 스스로의 응어리진 마음을 돌아봐야 했다. 나는 용기를 냈다. 다행히 언니와 조카가 받아주었다. 그것이 내가 지난 1년 하고도 한 계절을 이곳 양산의 전원주택에 서 머물게 된 이유였다.
이곳에서 나는 숨이 좀 트였고, 지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고, 묵은 생각을 꺼내 햇살에 말릴 수 있었다.
스스로를 옥죄는 문제들을 외면하기보다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전원주택에 끊이지 않는 벌레들을 모조리 살충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살며 얻어가는 불편하고 곤란한 일들을 받아 안고 사는 법을 체득해갔다.
평안. 평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볼 수 있어 가능했다.
늘 잘해왔다 여기기 위해 덮어둔 것을 돌아보았고, 부족한 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애썼다.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서 분주히 발을 놀리는 것처럼, 평안을 위해 부지런히 자신의 상처를 돌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책 <불편한 편의점 2>에서 읽었던 구절이다.
기억하고 싶어 기록해두었던.
위의 주인공처럼 1년 하고도 한 계절이나 시골 전원주택에 머물며 지친 마음을 돌아보고 묵은 생각을 꺼내 햇살에 말릴 수는 없지만, 내 나름대로 캠핑을 통해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반나절이 조금 넘는 시간뿐이지만 대신 더 많은 빈도로.
책 속 주인공의 전원주택이 부품 교체라면, 나의 캠핑은 수리 느낌?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잠시 멈추고 고쳐야 할 때 나는 캠핑을 오는 것 같다.
삶을 재정비하겠다는 거창한 생각으로 캠핑을 시작했던 적은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늘 캠핑 끝에 나는 전보다 편해져 있었다.
어차피 다 눈뜨고, 씻고, 먹고, 자는 그 단순한 반복 안에서 살게 된다는 것의 자각도 캠핑이 주는 또 다른 위로라고 생각한다.
별거 없다. 사는 거 다 별거 없다.
이 사실을, 한번 더 보고 느끼고 되뇌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무릅쓰고 캠핑을 다닐 가치가 있다.
앞으로의 캠핑에서도 뭐 대단히 특별한 걸 얻을 것 같지는 않다.
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더울 때 더워하고, 추울 때 몸을 떨고,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다 오는 그 단순한 여정에서 결국 산다는 건 그런 것들의 반복임을 몸소 느끼고 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별거 없음의 자각이 현생의 나를 조금은 둔감하게, 그래서 평안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