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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05. 2022

실패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

#13. [빠르게 실패하기]를 읽고 

오늘은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을 읽었다.

번역체를 좋아하지 않아 읽어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완독에 성공했다.

문체와 무관하게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있었다.

특히 지금 내게 필요한 내용들이.

아래 문항들을 이유로 무언가를 한 번이라도 미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나 이 책이 좋은 자극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특별한 영감을 받으면
•누군가 내가 무엇을 해야 옳은 것인지 알려주면
•저축을 좀 더 하면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생활이 좀 나아지면
•살을 좀 빼고 나면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힘든 직장을 그만두면
•이 프로젝트만 끝내면
•좀 더 넓고 깨끗한 집으로 이사하면
•올해가 지나면
•지금보다 건강해지면 
•좀 더 준비가 되면
•완벽하게 확신이 서면

아직은 '때가 아닌' 사고방식
A way of thinking that's not yet

‘아직은 때가 아닌’ 사고방식은 매우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우연히 얻을 수 있는 이득까지 막아버린다.
삶의 부족한 부분만 볼 때, 무엇이든 차일피일 미루고 나쁜 습관과 쓸데없는 걱정을 반복한다.
기회가 와도 보지 못하고 삶의 변화로 이끌 작은 행동도 하지 못한다.
동시에 행동의 변화는 값비싼 비용이 드는 불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즐거움을 만끽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고 싶지 않게 된다.


지난 5년간 나는 행동하지 못했다.

돈을 더 모으고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보다 좀 더 확신이 서고 준비가 되면 그때 시작하려고 미뤄뒀다.

그런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5년 만에 자각했다.

이제라도 알았음에 나름 선방했다고 믿고 싶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일까 빠르게 실패하라는 제목의 책이 요즘 많이 보였다.

종합 랭킹을 보니 찾는 이들이 많은 듯했다.

이 책은 아래의 내용으로 시작한다.


과감하고 빠르게 실패하라
Fail Fast, Fail Often

성공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실패를 없애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테드 올랜드와 데이비드 웨일런의 저서 『예술과 두려움 Art and Fear』에 실린 어느 도자기 공예 선생님의 실험 이야기를 살펴보자.
강사는 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채점 기준을 설명했다.
“채점 기준은 간단합니다. 도자기 50개를 만든 학생은 A를, 40개를 만든 학생은 B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는 “한 학기 동안 만든 작품 중에 최고로 잘 만든 작품 한 점만으로 점수를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그룹은 ‘양’으로만, 또 다른 그룹은 작품의 ‘질’로만 평가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한 학기가 끝났다. 그리고 실험을 주도한 강사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적, 기술적, 섬세함 면에서 최고의 작품을 제출한 학생들이 모두 ‘양 중심’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이었다. 양 중심 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더 많은 작품을 제출하려고 도자기를 수도 없이 빚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흙을 다루는 일 자체에 점점 능숙해져 갔다. 한 점 한 점 빚어가며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반면, 작품의 질 중심 그룹의 학생들은 이와 대조적이었다.
완벽하고 정교하게 빚은 도자기 한 점을 제출하기 위해 세밀한 계획을 세웠고 결국 대부분의 학생이 학기가 끝날 때까지 몇 점도 완성하지 못했다. 연습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력도 나아지지 않았다.

필자는 해당 실험의 예를 무척 좋아한다. 이 실험에 중요한 원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이들의 절대 원칙. 바로, ‘재빨리 행동에 뛰어들기’를 설명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수나 실패를 피할 방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능력과 지식의 한계를 드러낼 기회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이 행동은 그들을 무엇이든 재빨리 배우게 만든다. 그리고 미숙한 준비야말로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임을 깨닫게 한다. 
반대로 실패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준비가 덜 된 것을 시작하지 않아야 할 신호로 여긴다. 그리고 계획을 새롭게 바꿔 볼 궁리를 한다.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준비와 계획에 쏟아붓는 것이다.


미숙한 준비가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실수나 실패를 피할 방법을 고민하기보단 실행을 통해 더 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에 더 나은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는 게.

요즘 종종 했던 자신감에 대한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

무언가 성공하려면 나의 무능력함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용기내기란 쉽지 않다.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로 시작한 어떤 일이 모순적으로 내 무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을 견뎌내는 것은 인간적으로 힘든 일이니.

자기 방어는 생각보다 엄청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빠르게 실패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게 아닐까?


“제 전략은 항상 똑같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실패해버리자는 거죠. 즉, 망치는 걸 피할 수 없으니 이점을 인정하자는 겁니다.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물론 해답에 도달하려면 그 과정도 신속해야겠죠. 생각해보세요. 사춘기도 지나지 않고 성인에 이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한 번에 성공할 수는 없어요. 저는 금방 틀릴 것이고 정말 빨리 틀릴 것입니다.”
만약 창의적인 일을 시도한다면 스스로에게 실패할 여유를 허락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창의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문제 해결책을 찾으며 꿈꾸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의 삶은, 당신이 만들어내는 궁극적인 창조물이다.

작가 앤 라모트는 『글쓰기 수업 Bird by Bird』에서 글을 쓸 때 부딪히는 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것은 정말 엉망진창인 초안을 써보도록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에요. 정말 엉망인 초안을 쓰면 두 번째 안은 더 좋아지고 세 번째는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죠. 다 쓰고 나서야 자기가 무엇을 쓴 건지 깨닫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에요. 도대체 어떤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은지,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몰라도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 단어들을 짜내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스토리 전개 방향을 비로소 잡게 됩니다.”

바로 이런 태도가 ‘빠르게 실패하기 Fail Fast’의 핵심이다.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을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회로 같은 건 없다.

그저 마주해야 한다.

책의 내용처럼,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본질이 무엇인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좋아하지 않던 일에서라도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걷고 말하는 것을 배운다. 
우리는 병든 아이들을 돌보느라 며칠을 꼬박 새운다. 매일 일어나 일하러 간다.
역경에 직면했을 때 행동하는 우리의 힘은 흐릿한 기분을 훨씬 능가한다. 


이 문장을 읽고 지난주 내가 겪은 일이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곳의 통증으로, 계획했던 거의 모든 일을 미루고 치료에만 집중해야 했다.

역경에 직면했을 때 행동하는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몸의 이상으로 당장 해야 하는 모든 일을 덮어두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며, 

생각보다 내가 하는 일의 멈춤이 내 삶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잠깐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 괜찮아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 삶의 1순위는 치료였을 테니 말이다.


하루 한 장, 하루 한 개, 하루 한 번이면 된다
One card per day, one per day, one per day is enough
우리 모두 바쁘게 산다.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처럼.
그래서 저항은 일상을 깨뜨리는 행동에 아예 도전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의무를 늘어놓는다. 
‘논문을 쓰는 게 중요하긴 해. 하지만 가게가 너무 붐비기 전에 장을 봐야지 않을까?’, ‘사업에 필요한 웹사이트 제작을 마쳐야지. 이 모임만 참석하고 나서’, ‘이 암벽 등반 강좌를 들으면 정말 좋을 거 같아. 요번 달 바쁜 일이 마무리되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루는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미루는 이유가 아무리 복잡해도 해결책은 매우 간단한 것으로 귀결된다.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에 매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닐 피오레는 그의 저서 『나우 – 지금 바로 실행하라 The Now Habit』에서 미루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언스케줄 Unschedule’ 즉 전체 계획을 짜느라 전전긍긍하는 대신, 30분 분량의 일부터 먼저 끝내는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을 참 잘 아는 듯했다.

그럼에도 미룰 이유를 찾을까 봐 이토록이나 단순하고 쉬운 방법을 알려준다.

역행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기 싫은 일을 매주 일요일 3시간 해보기.' 같은 방법이었던 것 같은데, 미뤄왔던 일을 간단하고 가볍게 만든다는 점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세워놓은 계획을 미뤄본 경험이 있다면, 위의 방법처럼 계획을 생략하는, 언스케줄을 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계획에 투자하는 30분을, 해야 하는 일에 투자해보는 방법. 당분간 내 삶에는 이 방법을 적용해봐야겠다.


생각이 당신을 멈추게 한다
Let thoughts stop you
정보를 추려내는 과정은 단순히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완전히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결정을 내리를 과정 자체가 에너지를 빼앗아 막상 행동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크기를 줄여라
Shrink the Decision
큰 결정의 부담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피할 방법 말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결정을 감당해볼 만한 작은 크기로 줄이는 것이다. 
지금 결정이 한 달 혹은 1년이나 5년 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대신, 간단한 단계를 시도해보라.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해본다. 
‘나는 이 일을 더 알아보고 싶어 하는가?’

우연 앞에서 YES를 
Say yes in the presence of chance


그만 생각하고, 큰 것까지 전부 결정하지 말고 일단 하라는 것.

말을 도무지 못 알아듣는 이들에게 말하듯, 이 책은 이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일단 도전한 수많은 사례들을 예로 들며 "일단 해봐!" "그냥 해!"를 외친다.

읽는 내내 엄청 말 안 듣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고, 실제로 빠르게 실패하라는 말은 안 듣고 있던 게 맞아서 할 말이 없었다.


삶의 상황은 종종 지체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확실히 가장 좋은 길을 결정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좋아 보이는 길을 따라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은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후회와 회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했다.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는데 나중에 나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만들어내는 결정 장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르네 데카르트, 『방법론』


후회화 회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나 역시 결정해야겠다.

빠르게 결정하고 실패하며, 나의 무능력함을 마주하는 일을 이제는 더 미루지 않아야겠다.

마지막 책 말미에 제안한 방법이 있는데, 내가 선택하고 싶은 방법이라 마지막에 적어본다.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일들 목록 만들기
Create a “Fun to Try” List

호기심을 갖게 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자. 인생을 즐기고 우연한 기회를 삶으로 끌어들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혹시 해보고 싶은 일의 희망 목록 Wish-list이 있는가? 
그 희망 목록을 대기 목록 Wait-list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 목록 Now-list로 만들어야 한다. 해보고 싶던 일을 정해서 지금 당장 시도 가능한 가장 간단한 방법부터 찾아보자.


바로 펀투두 리스트 만들기!

우연한 기회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수많은 위시리스트를 더 이상 웨잇리스트로 묵혀 두는 일도 그만할 것이다.

당장에 내일부터, 아니 오늘부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볼 계획이다.


그래서 내일부터 나의 브런치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 적힐 것 같다.

브런치북을 위한 글을 적어도 열 번의 수정을 거친 이후에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또 내년이 될 것이기에. 

[빠르게 실패하기]를 읽었으니, 무조건 시작해보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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