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문제가 되는 시대

by 이월생

싸이월드가 없어지고부터였을까?

아니면 싸이 감성, 세기말 감성 등의 말이 생기고부터 였을까?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는 표현에 인색하다.

마음속의 진심을 언어로 표현해보지 않아 어휘력이 부족하고, 그런 글을 주고받은 경험이 없으니 문해력도 부족하다.


요즘 내가 느끼는 문화 중에 하나는 젊은 친구들이 진지함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모든 면에 있어서 적당하게 쿨하고, 특별히 튀는 게 없으면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진지한 것을 ‘오그라든다’ ‘중2병 같다’라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작사가 김이나 님이 2016년 '청춘페스티벌'에서 했던 말이다.

벌써 6년 전이지만 지금의 젊은 친구들도 그때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오그라든다' '중2병 같다' 'X선비' 등의 말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 표현들을 주저하게 만들었을까?

‘꼽’을 주고받는 사회에서 감수성은 삼켜지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언어들만이 배출된다.


그래서인지 혐오, 조롱, 멸시의 말들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본인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버리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사회가 천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세상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박 : 학문이나 생각 따위가 얕거나, 말이나 행동 따위가 상스러움.


여느 무리가 그렇듯 그중에는 좋은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고집스러운 얼굴로 이상한 식탐을 부리고, 비위를 맞추면 반말하고, 사무적으로 대하면 훈계하고, 식사 후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새치기하고, ‘찬밥도 위아래가 있다’는 장유유서 정신을 강조하는 분들이 정말로 많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오래전 당신과 팔짱을 끼고 걸을 때,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자 당신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 떠올랐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 속의 한 구절이다.

받아본 도덕이 없기에 상식 밖의 행동이 가능한 거라는 저 작가의 말은 어쩌면 조금 서글프다.

모든 이가 자신이 대접받은 만큼의 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도대체 지금의 세상은 얼마나 날카로운 곳이라는 것인지 가늠이 안되어서.

그럼에도 이 문장을 공유하는 이유는 이 사실이 서글픈 동시에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알아버리면, 무례한 언행이 더 이상 상처로 남지 않는다.

그 언행에 아파하기보단 오히려 동정하게 된다.

저런 말을 듣고 산 인생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고,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을 결정한다.
삶의 격을 높이고 싶다면 사용하는 언어의 품격을 높이면 된다.

최근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책을 읽고 있다.

언격이 인격을 결정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많이 살아본 건 아니지만, 사람을 뱉고사는 언어에 어울리는 인생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경솔하고 가벼우면 딱 그 수준의 가벼운 삶을,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꼭 불운한 삶을,

그리고 말이 무게 있고 신중하면 존경받는 삶을 말이다.

무례한 사람은 그에 걸맞은 삶이 주어질 테니 굳이 그 사람에게 내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세계를 다르게 보려면, 다르게 바라보는 생각의 매개체인 언어를 바꿔야 한다.
언어는 세상을 내다보는 안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언어적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가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는데, 이것은 생각과 이어지는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같은 책에 나온 문장이었다.

생각이 맴돌다 사라져 버리는 이유가 생각과 이어지는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이 정곡에 찔린 듯했다.

언어적 관점이 더 넓어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요즘이다.

최근 한 달 내 안을 채워 넣는 문장보다, 글과 말로 뱉어내는 문장이 많아서인지 매 순간 가진 언어의 부족함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를 실감함에도, 약속한 100일은 계속 적을 것이다.

적으며 늘어갈 수 있는 방법도 더 고민해보며 남은 책들을 얼른 읽어봐야겠다.

마지막, 같은 책의 문장 하나를 더 공유하며 오늘의 글도 마무리한다.


언어에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의지와 의도가 담긴다. 쓰는 언어를 보면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도 알 수 있다. 언어를 바꾸면 생각은 물론 행동도 바뀌는데, 관점의 전환 역시 언어의 전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