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진짜 이유

#7.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서

by 이월생

아주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이 이따금 생각난다.

산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레일 출발선에 놓인 것 같다는 글이었다.

출발 신호에 맞춰 달리다 보면 각자의 레일에 저마다의 허들이 복불복으로 나타나고 모두들 자신 앞에 놓인 크고 작은 허들을 넘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는 그 글은, 어디 적어둔 것도 아닌데 잊히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어서였을까?

정말 갑자기였다. 출발선에 놓이는데 내 선택은 없었다.

허들의 종류나 높낮이에도 역시나 선택의 기회는 없었다.

그저 주어졌다.

눈떠보니 레일 위였고 신호에 맞춰 모두가 달려 나가고 있었다.

원하지 않은 레이스는 시작되었고, 모두는 시작을 몰랐던 것처럼 마지막 역시 모른 채로 그저 달리며,

눈앞에 허들을 열심히 극복한다.

왜 시작했는지 룰은 무엇인지 같은 질문을 할 기회도 대상도 없는 이 경주에서,

나를 포함한 모두는 달리는 이유도 멈추는 방법도 모른 채 의문을 품고서도 그저 달린다.


선택하지 않은 시작이었지만 벌어지는 모든 일에 책임은 내 몫이었다.

허들을 넘다가 몇 번이고 다쳐 아파하는 것도, 상처를 치료하고 회복한 후 일어서서 다음을 향해 달려야 하는 것도, 터무늬 없이 높은 허들을 넘을 방법을 찾아내는 것까지. 전부 각자의 일이었다.


허들을 넘는 일도 반복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처음보다는 지금이 뭐든 수월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 이유모를 경주가 달갑지 않다.


선택권이 있다면 하지 않았을 거 같다.

하지만 선택권은 없고 나는 이 경주를, 내 생을 잘 살아내야 한다.

왜 태어나서 인간으로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치를 쌓아가야 하는 건지는 솔직히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답을 찾기 위해 뭔가 적는다.

주로 왜 살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때에.

그러니까 힘들거나 외롭거나 버거운 상태일 때.

그런 반갑지 않은 감정을 마주하며 글을 적고 있으면 모순적이게도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슬픈 소설도 슬픈 가사도 많은 세상 이어서인가,

엄청 힘들거나 서러운 일도 막상 적어놓고 읽어보면 별게 아니다.

글로도 슬프려면 아주 대단한 사연이 있어야 하는구나 싶고, 이내 슬퍼하길 포기하게 된다.


글은 그렇게 나를 붙잡아둔다.

내 감정에 너무 매몰되지 않게, 자기 연민이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힘든 일을 마주해도 막상 이 일을 다 적고 보면 별거 아니라고 여겨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 방법은 의외로 다른 어떤 것보다 위로가 된다.

심지어 가끔은 삶이 꽤 괜찮은 것도 같아서, 기꺼이 다음 생의 출발선 앞에 다시 서볼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본다.

삶은 고해인걸 자주 실감하면서도 또또 속아볼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글은 그렇게나 놀랍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 앞으로도 계속 뭐라도 적어볼 예정이다.

그럴 때 적는 글의 결말은 매번 다를 것이다.

어떤 날은 '적어봐도 모르겠다!' 하는 울분이자 하소연 일수도, 또 어느 날은 '이러려고 사는 건가 보다!' 하는 깔끔한 마무리일 수도 있다.

이런 격변의 나를 기록하다 보면 언젠가 그 모든 답들의 방향이 같은 곳을 향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오늘도 꾸준히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