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에는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이 문장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누구에게나 가끔은 망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구원인 상황이 찾아오니 말이다.
고백하자면, 지금 내 상황이 그렇다.
내 미니멀 라이프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바로 남의 결혼식이었다.
미니멀라이프를 결심한 이후 첫 결혼식이다.
처분했던 옷 중에는 분명 결혼식에 입고 갈 만한 옷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이 없었기에 결혼식용 의상을 남겨놔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었다.
경솔했으나 결론적으로 크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덕분에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할 결혼식용 의상을 고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요즘 결혼식 복장 같은 것이 따로 없다지만, 그래도 회사 상사의 결혼식이니만큼 예의 있고 격식 있는 복장을 갖추는 게 맞다고 생각되어 이참에 구매를 해보기로 했다.
또 앞으로의 인생에서 적어도 5-7년 정도는 매 겨울 적어도 한 번의 결혼식을 다녀야 할 것 같기에 이왕 구매할 거 지금 구매하는 게 맞다. 는 결혼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어떤 걸 사면 좋을지 고민하다 결혼식 만을 위한 옷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 입을 수 있으며,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입을 수 있어야 하기에 한 벌로 된 옷은 제외시켰다.
결혼식에도 입고 갈 수 있는 동시에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그렇게 평생 오래 자주 입을 수 있는 옷을 사기로 한 것이다.
그 결론은 트위드 재킷이었다.
가격이 아주 천차만별이었지만, 중요한 자리에 입고 갈 때마다 굉장히 유용하겠다 싶은 디자인을 망설임 없이 골랐다.
골랐을 때는 망설임이 없었으나, 결제를 앞두고는 굉장히 망설임이 가득했다.
오래 입자는 마음으로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놔두고, 긴 기간 as가 가능한 공식 홈페이지를 선택했다.
옷이 도착했고, 입어봤다.
겨울엔 좀 추울 것 같았지만 그 말은 곧 봄과 가을까지 더 오래 입을 수 있다는 것이었기에 겨울 추위 정도는 기꺼이 견뎌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내 옷걸이에 옷이 걸리니 또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이 가격의 재킷을 사는 것이 맞은가? 하는.
요즘 뭐하나 안 그런 게 있겠냐만은 특히나 의류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비싸졌으며, 격식 있는 옷은 더더욱 비싸게 느껴졌다.
근데 또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유일한 트위드 재킷이며, 5년이나 일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건데 이 옷도 못 사 입을 건 뭔가 싶었다.
이렇게 나에게 사준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여전히 나를 일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며, 그렇게 나는 내게 트위드 재킷을 선물했다.
덕분에 내년부터는 남의 결혼식과 나의 소비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없을 예정이다.
물론 축의금으로 인해 지출에 영향은 있겠지만, 적어도 결혼식을 이유로 무언가를 구매하지는 않을 수 있어졌다.
이곳에 적어두는 이유는 늘 그렇듯, 언젠가 하객으로 결혼식을 갈 일이 생길 스스로가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네 옷장에는 (여름 제외) 삼계절 가능한 트위드 재킷이 딱 걸려있으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입고 하객으로 가서 축하를 해주고 오렴.'
미래의 나에게 아주 단호하게 말해두며, 오늘은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