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by 이월생

친절하다.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하다'는 뜻이며, 유의어로는 나긋나긋하다, 부드럽다, 사근사근하다 등이 있다고 한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싶다.

내가 조금 더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고 정겹게 대답하길 바란다.

이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방증이다.

정식으로 고백하자면 그렇다. 나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못되거나 나쁜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주변인들에게는 서윗하고 다정하다는 평가도 듣는다. 앞에 '의외로' 혹은 '알고 보면' 같은 전제가 붙긴 하지만.

사람 챙기는 걸 좋아하고, 눈치가 빨라 원할 때 원하는 방식의 위로를 건네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아서 가까운 사람들에겐 좋은 사람이기 어렵지 않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을 보면 고마워지고, 어려움을 마주하는 이들을 보면 돕고 싶다.

그러나 이런 성향과는 별개로 매 순간 그저 친절하지는 못하다.


내가 어떤 순간 불친절한지 생각해봤는데, 그건 모르는 이가 내게 도움을 맡겨놓은 양 행동할 때였다.

'저기''혹시' 같은 망설임만 앞에 붙여줘도 따뜻할 자신이 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뜸이다.

특히 와이파이를 잡아달라거나, 키오스크 주문을 부탁하거나,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주로 그렇다. 다만 앞에 있다는 이유로 질문한다.

내가 통화 중이라는 것, 혹은 지금 급해서 시간이 없다는 것, 저 앞에 가면 해당 업무를 도와주는 직원이 있다는 것 등은 고려대상도 아니어 보이는 사람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방문했던 모델하우스 홍보를 하는 아주머니가 지난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 자전거를 붙잡으려고 해 넘어질뻔한 사건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방문했던 호텔 로비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본인의 문자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던 사건이었다.

그닥 착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생기는 건지 좀 의문이다.

여하튼, 자전거를 붙잡은 건 아무리 친절했더라도 여전히 불쾌했을 상황이고, 문자 전달 건은 글쎄 말하기 나름이지만 나였다면 차라리 호텔 로비 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전달을 원하셨던 내용은 마트 행사 문자였기에 대단히 급하셨던 건 아니었지 싶은데, 뭐 나름의 사정으로 그게 급한 내용이었을 수도 있다고 해도 방식이 조금 막무가내셨다.

갑자기 핸드폰부터 내밀고는 "아니~ 나 이거 전달을 배웠는데 어떻게 했더라~~?" 하시니, 누가 그 상황을 봤더라면 같이 온 내 이모나 할머니인 줄 알았을게 분명하다.

그럴 때 나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마음먹곤 하지만 그럼에도 꽤나 퉁명스러워진다.

돌아서자마자 조금 부드럽게 말할걸 싶다가도, 아니 왜 그렇게 대뜸이셔서 꼭 나의 퉁명함을 꺼내게끔 만드시는가 싶다.

난 아직 순간적 퉁명함마저 막을 만큼 인격적으로 수련이 된 상태는 아님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게 언제쯤 가능해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종종 착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데,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보이는 아주머니께 우산을 같이 쓰자고 제안하거나, 패스트푸드 점에서 음료컵만 받아 든 채 당황하시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음료 리필 방법을 설명드릴 때, 아이와 같이 온 사람에게 내 차례를 기꺼이 양보할 때 그렇다.

좀 많이 착하다고 느꼈던 때도 있는데, 어느 날 저녁 내가 주문한 와플이 마지막이라 와플을 구매하지 못한 뒷사람에게 달려가 받은 와플 반을 건네었던 순간이나,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게 된 모르는 아주머니께 내가 가져간 젤리를 기꺼이 나눠주었을 때 그랬다.

갑자기 마냥 불친절하지 않음을 해명하기 위해 나의 무작정 착했던 순간들을 적어보았다.

적고 보니 유치하나, 도울까 말까 하는 애매한 순간들에 기꺼이 용기를 내는 편이다.


암튼 결론적으로, 친절은 각자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친절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아도 그렇지 않은 누군가에게까지 좋은 사람이긴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불친절을 논하기에 앞서 과연 나의 행동은, 질문은 친절했는가. 같은 생각을 한 번쯤 먼저 해보면 모두가 억울할 일이 적어지지 싶다.

어차피 마주하는 사람들 모두 힘든 세상에 태어나 고생한다는 점이 다 똑같으니, 이왕이면 서로서로 따뜻하게 지내면 좋으니 말이다.

문득 세상 사람 모두는 각자 나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사실을 상기하며 누가 내게 불친절로 대뜸 시비 같은 질문을 건네지 않으면, 아니 설령 그렇더라도, 조금 더 타인에 친절해보기로 한번 더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