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은 않은 원격 줄서기의 세상

by 이월생

원격 줄서기의 앱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작년에 방문했던 제주도의 유명한 삼겹살집에 가기 위해 어플을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 있지 않고도, 그곳에서 줄을 서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세상이 참 스마트해지긴 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처음 원격 줄서기를 통해 기다림 없이 가게에 입장하는 게 가능해 무척이나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지루하고 소모적일 테니.


그렇게 '원격 줄서기'라는 개념은 지난 일 년 상당히 익숙해졌다.

웨이팅이 있을 것 같은 곳이면 원격 줄서기가 가능한 곳인지 알아보았고, 가능한 곳이라면 식당으로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이미 원격으로 줄을 서두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리고 내 주변 또래들에게는 정말 편한 서비스임이 분명했다.


며칠 전 관련 기사를 보기 전에는, 해당 어플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무료 어플이기에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니, 똑같은 조건 아래 진짜로 말고 원격으로 줄을 서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해당 기사에는 그 어플의 존재를 모르는 중장년층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담겨있었다.

방문한 식당에서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들어가 새치기라고 항의를 했더니, 원격 줄서기였다는 내용도 있었고

종종 방문하던 식당이 더 이상 워크인 손님은 받지 않겠다고 해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순간 부끄러웠다.

단순히 무료라는 이유로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는 서비스라고 너무 간단하게만 생각했었던 게.


키오스크 조차도 어려운 분들에게 원격 줄서기라니.

이제 그 마저도 원격으로 줄을 서려면 계좌를 연동해야 하고, 순서를 미루려면 폭탄이라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또 그 폭탄을 얻으려면 앱 내 페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해당 식당에서 결제를 해야 한다고.

우리조차도 번거롭고 복잡한 이 과정을,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늘 가던 식당을 가는 일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소외감을 느껴야 하는 이들을.


편하지만, 모두가 편한 건 아닌 이 세상의 여러 편리함들.

결국 수고로움과 불편함의 총량 같은 건 언제나 일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편리해진 만큼 누군가는 나를 대신해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어떤 게 정답일지 모르겠다.

몇 가게들은 워크인 좌석과 원격 줄서기 좌석을 구분 지어 놓는다고 한다.

우선은 이 정도가 그나마 타협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편안함을 누리는 매 순간들에 한번 더 생각해봐야지 결심했다.

혹시 지금 내가 누리는 편안함의 대가를 타인이 치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