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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Dec 05. 2022

당근 마켓에서 처음으로 옷을 구매했다

얼마 전 당근마켓에서 처음으로 옷을 구매했다.

그동안 나는 당근마켓에서 판매만 했을 뿐, 한 번도 구매자였던 적은 없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비우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당근 활동이었으니, 무언가를 살 일이 없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있음에도 중고라는 것에 괜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여전히 사용감이 많은 물건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요즘의 당근에서는 새 상품이거나 거의 새것에 가까운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구매를 도전해보았다.

비움을 목적으로 당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구매했으나 끝끝내 사용하지 않게 되는 물건들을 계속 가지고 있기보단 당근을 통해 쓰임이 필요한 곳에 가도록 하는 분위기 덕분이지 싶다.

여하튼 그렇게 며칠 전 처음으로 의류 쇼핑을 당근 마켓에서 했고, 꽤나 만족스러웠기에 지금부터 그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당근 마켓을 통해 구매하려고 했던 옷은 플리스라고도 불리는 뽀글이 아우터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게는 뽀글이 아우터가 3개나 있었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이유로 3개를 전부 판매해버렸고, 그렇게 내게는 단 한 개의 플리스 아우터도 남지 않게 되었다.

전부 팔아버렸던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 10월부터 롱패딩을 꺼내 입는 사람이기에, 내게 비교적 보온성이 떨어지는 뽀글이 아우터는 가을에도 겨울에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움 초보의 과오였다.

내게 무려 3개의 뽀글이가 있었던 것은, 그것을 입을 일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었을 텐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내린 섣부른 결정이었다.

내가 언제 그것들을 필요로 했는지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남쪽 지방으로 여행을 갈 때였다.

여행할 때, 옷이 두꺼운 것만큼 고난스러운 것도 없기에 여행 시 롱패딩을 챙겨가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조금만 생각했다면 떠올릴 수 있었던 이 당연한 사실을 왜 간과했을까.

비움을 실천할 때 선행되어야 할 질문이었던 '비슷한 물건을 또 사지 않을 것인가?'에서 너무 재빠르게 답을 내려버린 것이 분명했다.

비움을 실패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뽀글이를 새것으로 냅다 구매해버리기엔 양심의 가책이 조금 느껴졌다.

그래서 당근으로 잃은(?) 뽀글이를, 당근에서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근 마켓에서 처음 검색했던 키워드는 '뽀글이 새 상품'이었다.

그다음은 '뽀글이 택포함'이었다.

아직 새 상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상품이 새것으로 우리 동네에 존재할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나는 기준을 살짝 낮춰보기로 했다.

중고여도 괜찮지만 속에 달린 택이 깨끗한 것.으로 말이다.


이건 이번에 중고 아우터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나만의 팁인데 이번 기회에 브런치에만 살짝 공개해본다.

아우터 특성상 외관은 단 한 번만 입어도 새것과는 다르게 구김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진 몇 장으로 그 의류의 진짜 상태를 가려내기가 쉽지가 않다.

구매자의 글도 물론 구매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더 확실한 것은 속에 달린 택, 케어라벨의 상태이다.

케어라젤은 세탁 시 어쩔 수 없이 테두리 부분의 실밥이 많아지게 된다.

이건 집에 있는 의류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세탁 횟수와 케어라벨 실밥의 횟수가 거의 비례하다고 생각하며 옷을 가려냈다.


그렇게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옷은 판매자가 1번 입고 퍼스널 컬러가 맞지 않아 당근을 한다고 한 아우터였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채팅은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수월하게 당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약속 당일, 날이 많이 추웠기에 차로 원하는 곳까지 방문하겠다고 거래 희망 장소를 여쭤보니 멀지 않은 아파트 단지를 말씀해주셨고, 당일 오후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만나는 순간까지도 나는 옷 상태를 걱정했었는데, 그 의심이 무색하게 판매자분은 친절히 옷에 관해 설명해주시며 그곳까지 차를 가져온 내게 가격을 조금 깎아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첫 거래는 아주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고, 덕분에 그 옷과 함께한 여행까지도 몹시 만족스러웠다.

원래 계획은 여행을 다녀온 후 가격을 조금 낮춰 재당근 할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옷이라 조금은 고민 중이다.


이번 경험을 시작으로 나는 앞으로도 종종 중고상품의 구매자가 될 것 같다.

의도적으로라도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당근마켓에 한 번쯤은 검색을 해봐야겠다.

내게로 와 보다 유의미해질지도 모르는 어떤 상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아무것도 집에 들이지 않는 것임을 한번 더 상기하며,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이번에 구매한 옷의 재당근을 위한 준비를 차차 해보기로 재결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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