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이라는 단어 뒤에 나는 '병'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아니 그보단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혜택 받은 장소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전염병을 경험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다만 이곳에는 조금 다른 것이 전염되는 것 같다.
가령 우울함 같은 것.
이 특수한 장소에는 많은 인구가 모여 한정된 자원을 갖겠다는 같은 목표를 품고 있기에 경쟁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매 나이마다 크기가 다른 거름망을 통과해 걸러지지 않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깎고 또 깎는 방법밖엔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워가며 가장 소중한 부분마저 깎아내 마지막 자리에 올라서면 그제야 그것들의 부재를 실감하게 될 테지.
이곳은 그런 곳인 것 같다.
걸러진 사람도, 걸러지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도 모두가 패배감을 느끼게 되는.
한 해에 이 작은 나라에서 자살하는 인구가 미국에서 총기로 인해 죽게 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은 비극임이 분명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는 안타까운 나라의 가여운 사람들.
이는 이곳의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고 있음의 증거이자, 이곳에 존재하는 만연한 전염병이다.
언제쯤 우린 이걸 전염병으로 명시하고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을 시작할까?
나는 내가 태어난 내 나라가 참 좋다.
하지만 때로는 유독 이곳의 사람들이 행복을 위해 인내하고 참아내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이,
그런 게 평균이라는 이 사회의 차가운 단호함이,
문득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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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에 적어둔 글입니다.
지금은 전염성이 강한 우울감도, 못지않게 강한 코로나도 이겨내야 하는 더 힘든 시기지만
예상치 못한 불행이 왔듯이, 예상치 못한 행운도 올 거라고 믿어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