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났던 16박 17일의 동남아 배낭여행

by 이월생

16박 17일.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관광업에 있으면서 개인적인 이유로 10박 이하의 여행은 가능한 하지 말자고 마음먹은 덕분에 회사를 다니며 시간내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퇴사를 했고 비행기표가 저렴했다.

방콕 인아웃 비행기였고 보름이 넘는 시간을 그 좋다는 치앙마이에 머물러볼까? 했다가,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하드 한 코스를 선택해 보자는 마음에서 동남아 3개국 6개의 도시를 여행하기로 했다.


이동은 처음 인천-방콕 그리고 방콕-캄보디아를 제외하고는 육로로 가보기로 계획했고,

코스는 [캄보디아 씨엠립 - 라오스 팍세 - 라오스 비엔티안 - 태국 우돈타니 - 태국 치앙마이 - 태국 방콕] 순서로 커다랗게 한 바퀴 돌고 오자고 맘먹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라오스 팍세로 넘어올 때 아침 7시 30분에 툭툭 픽업을 시작으로 봉고차(?)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20시 30분이 넘은 시각에야 도착한 것을 떠올리거나,

팍세-비엔티안 슬리핑 버스에서 1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것을 떠올려보면

조금은 무모했다 싶은 선택이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지나고 보니 경험이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누구나 꼭 할 필요가 있는 경험은 절대 아니라는 것.

안전하게 포장된 도로나 항공을 이용하길,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운에 굳이 소중한 목숨을 걸어보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나는 안전하게 돌아왔다.

계획했던 코스를 계획과 다른 방법으로 우여곡절 끝에 다녀왔고 후회 없이 즐거웠다.




퇴사 후 여행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그냥 더 길게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회사에서 메일이 왔을지를 신경 쓰지 않으면서 여행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내게는 차이였다.

오자마자 바쁘게 복귀해야 하는 일상이 없다는 점은 의외로 공허하게 다가왔다.

돌아온 지 고작 이틀이고, 조급하지 말자고 마음먹은 상태이지만 생각보다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 기록을 시작해 본다.

이런 기록들이 내가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증거 같아서, 퇴사 후엔 이런 기록들에 괜히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16박 17일간 한국에 있던 것보다는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했겠지만, 그게 전부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대단히 성장하지도, 새로운 무언가를 깨닫고 오지도 않았다.

채워진 느낌보다 덥다는 느낌을 더 많이 느끼고 온 여행이었다.

그냥 여행하고 왔는데, 나는 여행하러 간 거여서 이 사실이 아쉽거나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하게 잘 돌아왔고 재밌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이 여행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기록을 시작해 본다.

앞서 말했듯 요즘 내게는 눈에 보이는 기록 같은 것들이 중요하니 말이다.


이렇게 남겨놓으면 언젠가 이 여행에게 어떤 의미가 생겨 내게 떠올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어떤 의미로 돌아오게 될지는 일상을 더 보내봐야 알 수 있다.

언제, 왜, 이 여행이 불현듯 그리워질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단은 기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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