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_5
우여곡절 끝에 라오스 팍세에 도착했다.
팍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곳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왔다.
흥미를 찾아온 도시이기보다 경유하기 가장 좋아서 이곳을 택했기 때문이다.
송크란 기간을 앞두고 이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집을 비웠나?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한적한 도시였다.
길을 걷다 무엇을 마주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도시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생명체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걸어야 했다.
보통 이곳에 오면 1시간가량 떨어진 '왓푸사원'이나 '볼라벤 고원'을 간다고 한다.
하지만 전날의 여파로 더 이상의 차는 타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걷기를 선택했다.
내 계획은 숙소 주변 팍세 시내 구경하기. 였는데, 생각보다 갈 곳이 많이 없었다.
사원이 몇 개 있었지만 들어가면 스님보다 불상보다 닭을 먼저 마주치게 되어 살짝 겁이 났다.
우리나라의 비둘기만큼이나 팍세 닭들의 행동반경은 넓고 자유로워 보였다.
걷다 보니 걷는 사람도 없어 보이고 한국사람은 더더욱 없어 보였는데, 놀랍게도 한국 핫도그 집을 발견했다.
'서울 치즈 도그 코리아'라는 영문 간판을 보고 외국인들이 무슨 생각을 떠올릴지...
부디 저 가게 주인에게 질문해서 편견과 오해를 내려놓고 맛있는 핫도그를 먹고 가기를..
팍세는 정말 끝없이 뜨거웠다.
음식점이나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문이 되었을 만큼.
문을 닫아놓고 에어컨을 틀어놓은 식당에서 비로소 뭘 먹는 게 가능했다.
이래서 거리에 걷는 사람이 없었구나를, 걸으면서 알아갔다.
길가 벤치에서 만난 삼성.
라오스 팍세의 벤치에까지 진출했다니, 대단해 보였다.
벤치의 용도는 앉는 것이기보단 광고를 위한 것 같았다.
우선 너무 작았고 또 뜨거웠기 때문이다.
시원한 실내에서 내려다보는 팍세는 알록달록 했다.
한적하지만 평화로운 외국의 시골마을 같은 곳.
하지만 나는 이곳에 꽉 채운 하루만을 머물고,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떠나기로 했다.
2박을 예약해 둔 호텔을 뒤로하고 말이다.
누군가는 팍세를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되면 또 오게 되는 곳이라고 하고, 실제로도 잠시 왔다가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물가가 정말 저렴했고, 사람들도 따뜻했다.
햇빛이 강하고, 사람이 없어서인지 의외로 사진이 엄청 잘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에 사람이 없는 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휑한 거리의 팍세는 나를 자꾸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하고 싶은데, 텅 빈 거리를 마냥 걸으니까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거리에서 명상을 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을 정도인 사색의 도시.
많은 이들이 거쳐가는 경유 장소여서 일까?
어쩌다 마주치는 현지인들도 관광객인 내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툭툭기사가 다가오지도, 가게의 주인들이 뭘 사라고 하지도 않았다.
물어보면 가격을 말해주고 다시 제할 일에 집중한다. 이 정적인 분위기에 적응이 되질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팍세는 정말 잘 맞을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할 것 같은 도시.
적다 보니 아무도 없는 메콩강변을 걸었던 때는 조금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추억은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각색되어 버려, 객관화를 잃었다는 고백으로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